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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서기 꺼리는 소비자들 ‘방콕 쇼핑’

입력 | 2020-02-03 03:00: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1일 서울의 한 백화점 1층 화장품 및 잡화 코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에 따라 주말 저녁인데도 붐비지 않고 한산한 모습이다. 주말 동안 서울 중구 명동 등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이 모두 비슷한 모습이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이어지며 대면 접촉을 하지 않는 ‘언택트(untact) 소비’로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은 거래량이 늘며 활황인 반면에 오프라인 매장에선 소비 심리 위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중이다.

평소 같으면 주말 저녁 사람들로 붐비는 백화점은 마치 ‘개점휴업’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한산했다. 1일 오후 6∼7시에 찾은 서울의 한 백화점은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대임에도 식당가를 비롯해 유아동복, 패션, 화장품 등 여러 층이 썰렁했다. 평소 주말에는 외식을 하러 나온 가족들로 붐비는 식당가도 좌석의 3분의 1도 못 채운 곳이 많았다. 백화점의 한 직원은 “오늘 하루 종일 이런 상태가 계속됐다”면서 “지하 고객 주차장도 자리가 많이 비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주요 상권도 마스크나 손세정제를 판매하는 곳을 제외하면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상태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명동 메인대로에 위치한 한 화장품 로드숍은 평소와 달리 화장품 무료 테스팅 코너마저 손님이 없었다. 이따금 방문한 손님들도 손잡이를 잡지 않고 몸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매장 관계자는 “전염병 확산 이후 매출이 3분의 1 수준”이라며 “직원과 손님들 간 대화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명동 상권에서 유일하게 붐빈 곳은 마스크를 판매하는 판매대와 손세정제를 파는 화장품 가게, 약국이었다. 한 화장품 체인 직원은 “손세정제가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라며 “찾는 사람이 많아 오전에 일찌감치 동이 났다”고 말했다.

주말 사이 확진자 수가 늘며 전염병 확산이 가라앉지 않자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조모 씨(37)는 최근 3세 딸의 생일을 맞아 서울의 한 특급 호텔 뷔페에서 식사하기로 했다가 예약을 취소했다. 조 씨는 “지난달 설 연휴 때 같은 호텔 로비에 중국인이 많은 걸 봤다”면서 “아무리 특급 호텔 음식이라도 뷔페는 여러 사람이 음식을 떠다 먹는 형태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외식 대신 배달 음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마저도 기피하는 소비자도 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박모 씨(37)는 “매장에서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과정을 확인할 수 없고 배달원들과의 접촉도 신경 쓰인다”며 “불안해서 온라인몰 등으로 장을 봐서 끼니를 꼬박꼬박 해먹으면서 접촉 횟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트에 가지 않고 온라인 쇼핑을 통해 장을 봐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e커머스 업체들의 주문량은 급증하고 있다.

2일 11번가에 따르면 국내에서 4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6일간 외출을 하는 대신 집에서 장보는 이들이 늘면서 생필품 판매가 전주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반조리·가정식은 전달 대비 1095%나 급증했고 라면(129%), 생수(116%), 냉동·간편과일(103%), 즉석밥(58%) 등도 주문량이 증가했다.

마켓컬리는 설 연휴 이후인 1월 28일부터 3일간 일평균 매출이 22% 늘었다. 매출 증가를 견인한 품목들은 계란, 우유, 갈비탕 등 집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신선식품이나 가정간편식(HMR)이었다. 지난달 28일 쿠팡의 로켓배송 출고량은 역대 최고치인 330만 건에 달했다. 지난해 1월 일일 평균 출고량이 약 170만 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두 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이다. 한 e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과거 메르스 때처럼 상품 품귀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며 “설 연휴가 지나면서 주문 물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재고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쓰던 것’이나 ‘타인과 같은 공간에 있는 상황’을 꺼리는 탓에 ‘따릉이’ 같은 공유 서비스뿐 아니라 대중교통 이용마저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구에 사는 문모 씨(28·여)는 “출장 때문에 서울 가는 KTX를 탔는데 기침 소리만 들려도 불안하고 찝찝했다”며 “앞으로는 힘들더라도 직접 차를 몰고 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행사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중견기업은 2월 중 예정된 20여 개의 심포지엄과 신제품 설명회를 잠정 연기했다. 직원들에게는 ‘10명 이상의 단체 회식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의 저녁 미팅은 자제하라’는 공고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전달했다.

신희철 hcshin@donga.com·조윤경·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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