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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증시 열흘새 3000조원 증발… 對中수출-내수 모두 빨간불

입력 | 2020-02-03 03:00: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반등하던 화장품 등 中관련 소비주 직격탄
中경제규모 커져 사스보다 더 충격… 입국제한 등 중국인관광객 줄면
4월까지 관광수입 2조9000억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 반등을 기대하던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증시 등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기 시작한 데 이어 실물경제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생산, 소비 부진에 따라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고, 감염증 공포로 소비 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2주 새 국내 증시 104조 원 증발


신종 코로나 확산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것은 금융시장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달 31일 2,119.01로 마감해, 국내 확진자가 발생하기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17일보다 5.8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도 6.5% 떨어졌다. 이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은 88조 원, 코스닥은 16조 원 줄었다. 단 2주 동안 국내 증시에서 104조 원이 증발한 것이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에서 1조7300억 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최근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대한 기대감 속에 반등 흐름을 보이던 중국 소비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화장품 등을 주력으로 하는 아모레퍼시픽(―21.46%) LG생활건강(―10.53%) 등 화장품, 호텔신라(―19.45%) 신세계(―16.69%) 등 면세점 업종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세계 증시도 최근 열흘 새 3000조 원 넘게 시각총액이 줄었다. 2일 블룸버그가 86개국 증시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기준 이들 주요국 증시 시총은 86조6050억 달러(약 10경3216조 원)로 지난달 20일(89조1560억 달러)보다 2조5510억 달러(2.8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중국 증시가 춘제(春節·중국의 설) 휴가 뒤 처음 개장하면 외국인 자금의 아시아 이탈이 더 가속화할 수 있다.

○ 수출, 소비 등 실물경제 충격 불가피


신종 코로나 확산이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의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각각 한국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0.3%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추산된다. 사스는 중국의 생산과 소비를 위축시켜 대(對)중국 수출에 타격을 줬고, 국내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한 메르스는 내수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신종 코로나는 수출과 내수에 복합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발 경제충격의 강도도 사스 때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 규모 자체가 커진 데다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 역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18.1%에서 지난해 25.1%로 늘었다.

관광과 소비도 비상 상황이다. 2일 정부가 중국 후베이(湖北)성 체류자의 입국 금지, 제주도 무비자 방문 중단 등을 발표함에 따라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불안감에 외출을 줄이게 돼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1∼4월 관광객이 202만1000명 줄어들고, 관광 수입은 2조9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놓고 유연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이건혁·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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