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제3의 경로’에 방역망 뚫려
○ 제3의 경로 통한 ‘슈퍼 전파’ 우려
관광 가이드인 12번 환자는 일본에서 가이드 일을 마치고 지난달 19일 국내로 입국했다. 특별한 증상이 없었던 데다 중국 입국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능동감시 대상조차 아니었다. 질병관리본부의 방역 매뉴얼은 중국 입국자만 규정할 뿐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관련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 이 환자가 일본 확진환자의 접촉자라는 사실이 전해진 것은 일본, 중국 정부가 아닌 개인 연락을 통해서다. 관광버스 운전사였던 일본인 확진환자가 12번 환자에게 자신의 발병 사실을 알리며 검사를 권한 것. 일본 정부는 12번 환자가 중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중국 정부에만 접촉 정보를 통보했다.
12번 환자는 지난달 30일 병원 진료를 받기까지 지역사회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그는 서울, 경기, 강원 등을 돌아다니며 138명을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적인 ‘슈퍼 전파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12번 환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아내(40·중국인)는 2일 14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도 증상이 나타난 뒤 일주일 넘게 지역사회를 돌아다녔다.
12번 환자는 입국 당시 신종 코로나로 볼 만한 증상이 없었다. 잠복기 혹은 ‘무증상’ 환자였던 셈이다. 설사 발열 증상이 있었더라도 일본 입국자여서 검역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의 무증상 전염 가능성을 인정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홍역, 독감 등 일부 전염성이 강한 감염병은 잠복기에서 증상 발현으로 넘어가기 직전에도 전염이 가능하다”며 “신종 코로나도 무증상 감염병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자국 신종 코로나 환자 가운데 무증상 감염 사례가 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우한에서 들어온 지 14일 이내(1월 13∼26일) 입국자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또 이날부터 중국 전역이 감염오염 지역에 포함되면서 중국에서 입국한 사람은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그러나 12번 환자처럼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입국하면 이마저도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결국 12번 환자와 같은 입국자를 걸러낼 방법이 현재로서는 자진 신고 외에 없는 것이다.
○ 한중일 방역공조 강화 절실
이미지 image@donga.com·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