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위기 핵심에는 교육부의 失政 등록금은 묶고 경쟁력엔 관심 없고 국회-정치권에 자랑할 실적만 골몰 이러곤 글로벌 명문대 나길 바라나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대학의 위기를 진단하자면 교육부의 정책 탓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 결과에만 촉을 세우는 정치인과 그에 편승해 대학을 좌지우지하려는 관료가 문제다. 등록금과 입시 정책에서도 정치권과 교육부의 철학 결핍과 무책임이 드러난다. 여야 모두 등록금 부담 완화를 약속하나 줄어든 대학 재정을 어떻게 확보하고 교육의 질과 연구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까에 대해선 입을 다문다. 대통령 공약인 “기초 연구에 대한 국가 투자를 2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은 유효하나 그 안을 보면 인문사회 예산은 오히려 삭감됐다. 입시제도를 결정하기 위해 실시된 공론조사는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방침 발표에 갑자기 사라졌다. 정부와 교육부가 보는 대학은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교육부는 투자는 없이 입학 정원부터 등록금, 커리큘럼, 재정 운용까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며 규제의 울타리에 대학을 묶어두려는 시도를 해왔고, 이를 고등교육 정책이란 이름으로 포장해왔다. 국가가 대학 교육의 책임을 지고 과감한 투자를 하는 유럽이나, 감독과 관리를 철저히 하되 자율권을 주는 북미권과는 매우 다른 전개다. 민간에 맡기지도, 국가가 나서지도 않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의하면, 분석 대상 18개 대학 중 대학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100% 확보한 곳은 없으며, 90% 이상 확보한 대학도 네 곳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8년 내놓은 자료는 더 놀랍다. 고등교육을 위한 공공재원 비중 순위는 35개국 중 31위이다. 2019년 대학생 1인당 정부 부담 공교육비는 3985달러(약 476만 원)로 OECD 평균인 1만267달러(약 1226만 원)보다 한참 적다.
나는 2018년 9월 1일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SSK(Social Science Korea) 사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후배의 전화를 잊지 못한다. 자신의 사업단이 연구 지속을 위한 심사를 오래전에 받았는데, 어제 탈락 통보를 받았으니 그 사업 때문에 단념한 시간 강의와 연구 프로젝트를 다시 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한국에서 해고 통보를 하루 전에 하는 조직은 한국연구재단이 유일할 것이다. 철저히 ‘을’의 위치에 있는 젊은 박사가 겪는 설움이라고 하기엔 무심한 연구 행정이 지나치게 가혹하다. 약자에 대한 교육부의 무관심을 보면, 대학 정책에 대학을 통한 불평등 구조 개선과 상승 이동 기회 제공 의지가 있을 것 같지 않다. 그 일을 겪은 후 참석한 SSK 연구 사업설명회에서 교육부 관료는 “SSK 사업의 선정을 위해서는 연구 결과가 국회 입법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육부의 외형적 실적을 과시하고 싶은 탐욕이 그대로 나타난다. 교육부의 대학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