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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중국 전용 입국장 만들고, 중국인 관광비자 중단도 검토

입력 | 2020-02-03 03:00: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中후베이성 체류 외국인 입국금지




“과학적, 의학적으로 제기되는 수준을 넘어 선제적이고 과감한 방역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직후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4일 0시부터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성을 14일 이내에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이런 조치에도 중국인을 통한 전염을 막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엔 정부는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 “검토하지 않고 있다” 나흘 뒤 입국 금지


정부가 이날 발표한 출입국 대책의 핵심은 후베이성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국내 입국 금지에 있다.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의 잠복기로 알려진 14일을 고려해 지난달 21일 이후 후베이성에 머문 외국인은 국내에 당분간 들어올 수 없게 된다.

박 장관은 이날 “후베이성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은 감염증 유입 위험도가 낮아지는 시점까지 입국이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중국의 경우 한국의 광역자치단체에 해당하는 성(省) 정부에서 여권을 발급하기 때문에 발급 기관 확인을 통해 후베이성 체류자들의 입국을 1차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후베이성에는 약 60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후베이성에 머문 사람들이 다른 지역을 경유해 국내에 들어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입국 금지 지역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오늘은) 단기적인 대책이고 중국 상황이 변동됨에 따라 저희들도 좀 더 신속하게 신축적으로 위험 지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인은 입국이 허용되지만 제약이 생긴다. 정부는 후베이성에서 들어오는 한국인에 대해선 국내에 들어온 뒤 14일 동안 자가 격리 조치된다. 중국인의 한국 입국을 위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중국인의 관광 목적 단기비자 발급 중단을 검토해 중국인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나흘 전인 지난달 29일 “특정한 국가의 국적을 기준으로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입국 금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도 발병국 국민을 입국 금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처음 3차 감염자까지 생기는 등 방역망이 더 이상 뚫려선 안 된다는 절박감에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 못 들어오게 하고, 못 나가게 하고


정부는 신종 코로나의 전염을 막기 위해 후베이성을 제외한 다른 중국 지역에서 들어오는 국내 입국자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우선 ‘중국 전용 입국장’을 만들어 한국인을 포함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기내에서 작성한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 정보를 이곳에서 확인한 뒤에야 입국을 허용한다. 박 장관은 “연락처의 경우 입국장에서 직접 연락을 해 연락이 실제로 되는지도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천적으로 중국인이 발급받는 관광 목적의 단기비자 역시 발급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이 무비자로 제주에 들어올 수 있는 제도도 일시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다. 정부는 통상 다음 달 초에 시작되는 국내 대학가의 개강을 연기해 중국인 유학생의 유입을 막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인에 대해서도 중국 관광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입국자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현재 중국 일부 지역에 내려져 있는 한국 외교부의 여행경보를 여행 자제 단계에서 철수 권고로 높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박 장관은 “현재의 중국 내의 감염병 확산 속도를 볼 때 우리 국민이 중국에 여행가거나 체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 입국 경로만 28곳…전문가 “입국제한 지역 확대해야”


하지만 지난달 20일 첫 국내 확진자가 나온 지 13일 만에 입국 조치가 내려져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지난해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의 수는 총 628만4483명에 이른다. 하루에 1만7217명 수준이다. 중국인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공항과 항만의 수가 각각 8개, 20개인데 정부가 총 28개에 달하는 관문을 과연 제대로 막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항이나 항만을 최대한으로 줄여 검역의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는 공동성명에서 “전체 환자의 40%가량은 후베이성 외의 중국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후베이성 지역 입국 제한만으로 안 되고 최소한 모든 중국 입국자의 2주 동안의 자가 격리를 권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위은지·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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