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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있는 베짱이들 찾아 기회주고 싶어”

입력 | 2020-02-03 03:00:00

오바마재단 ‘차세대 리더’ 뽑힌
케이팝 작곡가 조미쉘 씨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작곡가 조미쉘 씨. 오바마재단이 지난해 처음 선발한 아시아 태평양지역 리더스에 한국인 음악가로는 유일하게 들어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존 레넌의 ‘Imagine’을 아시죠? 저 역시 음악의 힘으로 세상에 기여할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케이팝 작곡가 조미쉘(본명 조민경·33) 씨가 오바마재단의 아시아태평양 차세대 리더스(지도자)의 일원으로 선정됐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4년 설립한 오바마재단은 전 세계 젊은 리더를 발굴 및 지원해 사회 변화를 촉발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만난 조 씨는 스스로를 “전형적인 모범생”이라고 소개했다. 고려대에서 국제학을 전공하고 미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교육정책학 석사를 받았다. 작곡가로서는 이채로운 이력. 어려서부터 피아노 기타 플루트 연주와 노래를 취미로 했지만 굳은 꿈은 국제 교육정책가였다.

그는 “2003년 수단의 다르푸르 대학살을 뉴스로 보고 큰 충격을 받은 뒤 재건된 사회를 교육으로 다져야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신념이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끝내 진로를 돌리게 했다. 대학원 졸업과 함께 2013년 SM엔터테인먼트의 문을 두드린 것. 이후 2016년까지 SM에서 해외 작곡가들과 긴밀히 교류하며 소속 가수들에게 어울릴 노래를 만드는 과정을 조율하는 일을 맡았다.

어려서부터 품은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은 음악에도 유효했다.

“대학 시절 우간다에 봉사활동을 갔어요. 난민 아이들에게 샤이니의 노래 ‘링딩동’을 알려주고 그 노래에 맞춰 수건 돌리기를 하던 기억이 생생해요.”

SM을 퇴사하고 작사·작곡 회사 ‘싱잉 비틀(노래하는 딱정벌레)’을 설립했다. 국내외 프로 작곡가들과 일하는 한편 도움이 필요한 아마추어 작곡가들을 프로 무대로 끌어주는 일도 하고 있다. 어린 시절 읽은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생각나서다.

“베짱이는 결코 논 게 아닙니다. 개미가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노동요를 불러주고 그 대가로 개미에게서 식량을 받은 것이죠.”

실력은 있지만 초야에 묻힌 ‘베짱이’를 찾아 소개하는 게 그의 새 목표다. 스스로도 가수 백현, 그룹 ‘뉴이스트’ ‘프리스틴’ 등에게 곡을 주며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아태지역 리더에는 200명(한국인 7명)이 선정됐다. 임기는 1년. 지난해 12월 조 씨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리더스 행사에 다녀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여사를 비롯해 배우 줄리아 로버츠 등 다양한 명사가 젊은 리더들과 노하우를 나눴다.

“미얀마의 교육가, 싱가포르의 강연 기획자부터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까지 다양한 이들과 교류하며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킬 동지를 많이 얻어 든든해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