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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작년 대상 윤이형 “절필”

입력 | 2020-02-03 03:00:00

‘저작권 양도 논란’ 파문 확산
권여선-구병모 등 작가 40여명 “문학사상사 원고 청탁 거부”




‘저작권 3년 양도’ 조건 논란으로 올해 수상자 발표가 연기된 이상문학상 사태가 문단 전반으로 퍼질 조짐이다. 지난해 대상을 받은 윤이형 작가(44·사진)가 ‘절필’을 선언한 데 이어 동료 작가 수십 명이 이 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사의 문예지 원고 청탁을 거부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일부 언론에 절필 사실이 보도된 윤 작가는 3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원고지 29장 분량의 글을 올려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돼 제가 받은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며 “이런 환경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 일할 수 없다. 작가를 그만둔다”며 절필을 재확인했다. 윤 작가는 지난해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라는 작품으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어 “문학사상사는 이상문학상을 자의적으로 운영한 것, 우수상 수상자들의 저작권을 불공정한 방식으로 빼앗은 것 등을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윤 작가에게 공감하는 작가들은 SNS를 통해 문학사상사가 펴내는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 보이콧을 선언하며 문학사상사의 사과와 상 운영방식 개선을 촉구했다. 출판계에 따르면 소설가 권여선 구병모 김이설 박상영 안보윤 정세랑 조해진 함정임 황정은, 시인 권창섭 오은 등 40여 명은 1, 2일 SNS에 ‘#문학사상사_업무―거부’라는 해시태그를 올렸다. 이들 중 일부는 과거 이상문학상 수상자다.

2008년 ‘사랑을 믿다’로 대상을 받은 권여선 작가는 SNS에 “윤 작가의 글을 읽고 반성한다. 관행이란 말 앞에 모든 절차를 안이하게 수용한 제가 부끄럽다”고 적었다. 지난해 우수상 수상자인 조해진 작가도 “정식으로 사과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 문학사상의 업무와 청탁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이달 초 이상문학상 우수상에 선정된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는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며, 수상작을 개인의 작품집 표제작으로 쓸 수 없다’는 조건에 반발하며 수상을 거부했다. 문학사상사는 수상작 발표를 무기 연기한 상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