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측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검찰과 언론에 반발하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꿈이 고작 ‘강남 건물’ 사는 것이었냐”고 2일 비판했다.
앞서 정 교수 측은 이날 기자단에 입장문을 보내 “설마 했는데 ‘논두렁시계’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최근 공판에서 정 교수가 ‘강남 빌딩 소유’가 목표라고 동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하자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링크하면서 “또 얄팍한 언론 플레이, 이분들, 조국일가에 노무현 프레임 뒤집어씌운다”, “노무현과 조국의 가치관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함부로 뒤섞어 놓지 마시라”고 썼다.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을 향해서도 “조순진리회 신도들이 ‘나도 강남에 건물 사는 것이 꿈인데 나도 구속해라’고 외치는데, 그렇게 구속되고 싶으면 자격부터 갖추라. 일단 주식투자할 돈부터 10억쯤 마련하라. 그 다음 본인 혹은 가족이 1급 이상 공무원이어야 한다. 그래도 못 걸리는 사람들 있으니 구속 확실히 되려면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릴 정도의 자리에 앉아 계셔야 한다. 그 주제 안 되면 ‘나도 구속하라’고 소란 피우지 말라”고 꼬집었다.
이어 “슬픈 것은, 문재인 지지자들의 욕망이 어느새 강남 사는 사람들의 욕망과 일치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부정한 방식으로 자식에게 학벌을 물려주고, 주식투자를 통해 일하지 않고서도 큰 돈을 벌고, 그렇게 번 돈으로 강남에 부동산 투기하는 세상. 그런 세상 바꾸자던 사람들이 그 더러운 세상을 누구보다 더 완강히 지켜주다니. 여기서 문재인표 개혁이 얼마나 참담하게 실패했는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 변호인단이 ‘정 교수가 기존 건물과 대지를 팔고 다른 자산을 합하고 대출이나 전세를 끼어서 강남에 동생과 공동으로 건물을 장만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비난받을 수 없다’고 한 데 대해서도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예, 그분이 굳이 강북에 있는 건물 팔아서 강남에 있는 건물을 사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현 정권에서 아무리 부동산 대책을 내놔도, 그 정권 사람들부터 그 효과 안 믿는다는 얘기다. 그러니 국민들한테도 믿으라고 하지 마시라. 그냥 솔직히 ‘너희도 능력이 되면 우리처럼 강남에 집 사라’고 하시라”고 적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공판에서 정 교수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실소유주로 알려진 5촌 조카 조모 씨로부터 펀드 관련 설명을 들은 뒤 동생에게 보낸 문자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을 사는 것”, “나 따라다녀 봐”, “길게 보고 앞으로 10년 벌어서 애들 독립시키고 남은 세월 잘 살고 싶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내용이 보도되자 정 교수 측은 “‘논두렁 시계’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논두렁 시계’란 표현은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고가의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 보도에서 나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