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될라”… 각종 시험 수험생들도 신종코로나 비상 3500명 응시한 전문의 자격시험… 방호복 비치, 의대교수들이 감독 토익 응시생 9일 시험 연기 가능
“수험생들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로 서로 2m씩 떨어져서 시험을 봤습니다.”
2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 제63차 전문의 자격시험을 마치고 나온 홍모 씨(36·여)는 시험장 분위기가 ‘얼음’ 같았다고 전했다. 시험 전 기침 증상을 보인 홍 씨는 4일 전 주최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이날 별도로 마련한 특별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시험이 시작되기 전엔 세정제로 손을 닦고 발열체크도 두 번 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각종 시험장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시험 주최 측은 수험생들이 시험장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도록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은 외출을 자제하는 등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날 대한의학회는 특별고사장에 갑자기 환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방호복을 비치하고 의대 교수들에게 시험감독을 맡겼다. 건물 1층 입구마다 손 세정제도 놓아뒀다. 응시자 정모 씨(31)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사람들도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시험을 봤다”고 했다.
이달 9일 열릴 토익시험과 중국어능력시험(HSK)의 경우 응시생 가운데 신종 코로나 감염을 염려하는 이들은 원한다면 시험을 연기할 수 있다. 한국토익위원회와 HSK한국사무국은 각각 3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문에서 “시험 응시자 가운데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의심환자, 격리 대상자 및 직계가족은 시험 연기 또는 응시료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각각 23, 29일 열릴 예정인 ‘공인회계사(CPA) 시험’과 ‘2020년 국가공무원 5급 공채 및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을 앞둔 수험생들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시험이 코앞인데도 학원에 발길을 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5급 공채시험 학원은 “신종 코로나 여파로 출석률이 기존보다 절반가량 줄었다”고 했다. 수험생 김모 씨(27)는 “4년 동안 준비했는데 아프면 큰일이다. 전염될까 봐 학원도 관두고 한 달 먹을 음식도 전부 인터넷으로 샀다”고 했다.
김소영 ksy@donga.com·고도예·김태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