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 현장 조사 30년 넘게 운영-2대 이상 전통 계승, 비싼 임대료 감당 못해 폐업 고려 업주들 “시 차원 지속적 관심” 호소… 서울시 “연계 가능한 사업 검토”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카페 ‘터방내’. 1983년 문을 연 이곳은 증기의 압력으로 커피를 뽑아내는 사이폰 기구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이곳을 ‘오래가게’로 선정했다. 동아일보DB
서울 종로구의 납청놋전은 국가무형문화재 77호 보유자인 장인 이봉주 씨와 아들 이형근 씨가 방짜유기(놋그릇)를 제작해 판매한다. 인사동에서 30년 넘게 놋그릇을 직접 제작해 팔고 있다. 납청놋전은 원래 인사동길에서 장사를 해왔으나 최근 건물주가 바뀌며 임대료가 크게 올라 골목 안쪽으로 옮겼다. 그만큼 접근성이 떨어졌고, 인사동을 구경하다 자연스럽게 찾아오던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서울연구원은 지난달 오래가게 중 업종별 10곳을 방문하는 등 현장 조사를 했다고 3일 밝혔다. 서울시는 2017년 6월 종로·을지로 일대 39개 가게를 오래가게로 선정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서북권 26곳, 지난해 서남권 22곳 등 총 87곳의 오래가게를 지정했다.
조사 결과 오래가게들은 업종과 지역에 따라 영업환경이 달라졌다. 대를 이은 가업에 자부심을 느끼며 이어온 곳도 있었지만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을 고려하는 곳도 있었다. 상당수는 오래가게 지정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2017년 오래가게로 지정된 종로구의 A떡집 관계자는 “오랫동안 단골을 상대로 장사해왔기 때문에 공공의 지원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B공방 관계자는 “외부인이 건물을 사들이면서 최근 임대료가 한계치까지 올랐다”며 “임대료 조율 등 실질적인 도움이 있으면 한곳에서 오랜 기간 장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머물렀던 터전을 옮기는 가게도 있다. 2018년 오래가게로 지정됐던 태광문짝은 임대료 부담이 커지자 지난해 11월 경기 광주시로 가게를 옮겼다.
최봉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업종·지역에 따라 가게마다 매출 등 상황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오래가게로 지정된 뒤 민관의 지속적인 관심을 희망했다”며 “관광과 연계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동북권, 내년 동남권에서 오래가게를 선정한 뒤 추가적으로 연계 가능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