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3남매. 왼쪽부터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뉴스1DB)© 뉴스1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조원태 회장 체제 지지를 선언하며 ‘외부세력과의 연대’를 강하게 경계했다.
그동안 조원태 회장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이명희 전 이사장까지 조 전 부사장에게서 등을 돌린 이유는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을 이른바 강성부 펀드(KCGI)에게 통째로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4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현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조 회장 중심의 한진그룹 경영체제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지지를 선언한 모녀는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반도건설 등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하는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점에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표현은 안타깝다지만 내홍의 주역인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강한 경고로 볼 수 있다.
이명희 전 이사장과 조현민 전무가 현 경영체제를 지지함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반(反) 조원태 연합의 뒷심도 빠질 것으로 보인다. 총수 일가가 등을 돌렸다는 것은 그만큼 조 전 부사장의 경영권 위협 시도에 명분이 없음을 방증하고 있어서다.
조 전 부사장은 “경영개선과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KCGI와 연대한 이유로 들었다. 조 전 부사장이 아닌 다른 주요 주주였다면 명분이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신뢰위기의 시작점이라는 사실이다. 한진가 갑질 논란은 2014년 말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태로 전면에 불거졌다. 고 조양호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서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한진그룹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땅콩회항 과정에서 발생한 폭언·폭행으로 조 전 부사장은 집행유예 판정을 받았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사건이 사법처리 대상이 아닌데도 여파가 컸던 것도 이런 전례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조 전 부사장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연루된 밀수(관세법 위반혐의) 및 불법가사 도우미 고용혐의가 한진그룹 신뢰위기의 정점을 찍었다. 이를 계기로 11개 정부 부처가 한진그룹을 전방위에서 압박했고 관세탈루, 밀수 등 혐의가 알려지며 기업가치가 급락했다.
2018년 4월 2만5000원선을 오가던 한진칼 주가는 해외명품 밀반입 수사가 본격화된 7월 1만6400원선까지 폭락했다. 같은해 10월까지도 1만8000원 안팎까지 떨어졌고 이는 KCGI가 지분을 매입, 그룹 경영권을 위협하게 된 단초가 됐다.
반면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 사장을 맡으며 갑질 논란에서 한 발 물러나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 구성 등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았다. 2018년 1월에는 조종사 노조를 직접 찾아 임금협상 등을 이유로 간극이 벌어진 노사 관계 재정착에 대한 의지도 보여줬다.
경제계 관계자는 “오너가 갑질의 중심에 있던 조 전 부사장이 경영개선을 내세웠다는 사실부터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조 전 부사장이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가족 분쟁은 외부 세력에게 대한항공을 통째로 뺏길 수 있는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