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A 씨는 지난해 6월 10억 원 상당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를 금융기관 대출금 4억 5000만 원, 전세 임대보증금 4억5000만 원, 본인 자금 1억 원으로 매수했다. 그런데 세입자로 들어온 사람을 확인해보니 바로 A 씨의 부모였다. 정부는 A 씨 부모가 보증금 형태로 자녀에게 편법증여를 했다고 보고 A 씨와 A 씨 부모 사례를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토교통부는 3일 ‘서울 지역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사 대상 1333건 중 절반가량인 670건에서 이 사례처럼 탈세가 의심돼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대출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94건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새마을금고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가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탈세가 의심되는 사례로는 부모가 자녀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매도해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아끼려고 한 사례, 부모가 자녀에게 차용증을 쓰지 않고 돈을 빌려주며 증여세를 내지 않은 사례 등이 포함됐다.
국토부는 이날 국토부 1차관 직속으로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설치하고 국토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추가로 7명 지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21일부터 관련법 개정을 통해 국토부에 부동산 실거래 조사 권한이 부여됨에 따라 관련 조직을 확충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국토부에는 특사경이 6명 있지만 이들은 모두 다른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 국토부는 대응반과는 별도로 한국감정원에 약 40명 규모의 ‘실거래상설조사팀’을 운영한다.
현재는 서울에서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서만 실거래 단속을 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21일부터 경기 과천, 광명, 하남 등 투기과열지구 31개 시군구로 조사 대상을 확대한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대응반은 기존 이상거래 조사는 물론 집값담합, 무등록 중개 등 부동산 불법행위 전체를 상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실거래 조사를 대폭 강화하자 단속으로 인한 거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 대상 중에는 거래 금액이 정부의 고가 주택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9억 원 미만인 경우가 전체의 64%에 이른다. 일부 고가 아파트 거래 뿐 아니라 전체 거래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조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의 조사 방식은 불법행위 처벌보다 거래 자체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요인에 의해 인위적으로 거래가 위축되면 향후 부동산 가격은 불안정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