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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 환자 다녀간 남대문시장…개방공간 방역 어떻게?

입력 | 2020-02-04 16:46:00

4일 오후 방역 전문가 30여명 모아 교육
신종 바이러스·생소한 장소…방역 생소
한국방역협회 "분사 방법·동선 등 교육"
전문가들 "처음 하는 작업이지만 필요"
원용남 지회장 "시장 고객 안심효과도"
실효성 의문도 "개방된 곳, 약품 날아가"




“개방된 시장에서 방역하는데 공중에 살포하면 망신 당합니다. 다 날아가요.”

4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한국방역협회 교육장에 모인 30여명의 방역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과 관련, 재래시장 방역 작업에 대한 교육을 받아 눈길을 끈다.

신종 코로나 12번 환자가 남대문시장을 다녀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시는 재래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방역 작업을 예고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달 31일 한국방역협회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오는 5일부터 남대문시장을 포함해 광장시장, 통일시장, 중부시장, 평화시장 등 4대문 권역 시장과 중국인 거주자가 많은 지역의 재래시장 등 총 9개 시장을 대상으로 1차 특별 방역 소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요청에 한국방역협회는 협회에 가입된 20여개의 개인 방역업체에서 40여명의 지원자를 모집했다.

문제는 사방이 개방된 시장 방역 작업의 특수성이었다.

이날 방역전문가들에 대한 교육을 기획한 원용남 한국방역협회 서울특별시지회 지회장은 “신종 코로나 자체도 새로운데, 개방된 재래시장 방역도 새로운 형태라서 교육이 필요했다”며 “약품의 종류부터 분사 방법, 작업 동선, 여기에 상인들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철 한국방역협회 조직부회장의 강연으로 진행된 이날 교육에서는 신종 코로나 방역을 위해 필요한 약품 설명과 분사법, 복장, 작업 시간 등 구체적인 방역방법이 소개됐다.

이 부회장은 “가능성은 적지만 약품을 바닥에 분사하다 자칫 부유물을 마시게 될 수도 있으니 45도 정도 하향 분사하라”고 당부하는 등 주의 사항을 꼼꼼하게 지적했다.

방역 작업 경력이 12년에 달한다는 방역업체 대표 신모(60)씨는 “재래시장 방역 경험은 거의 없다”며 “보통 그런 곳에서는 벌레 같은 것을 없애는 소독을 하는데 이번에는 살균 소독이라서 좀 생소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 우려가 워낙 크다 보니까 우리도 내일 거기에 상응할 수 있도록 안전한 장구를 갖추고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우연히 방역업체에 들어와 지난 1년간 작업 방법을 배워왔다는 최모(29)씨는 “우리 업소는 보통 가게나 호텔, 병원 위주로 방역 작업을 많이 했다”며 “이런 방역은 처음이라서 오늘 교육을 열심히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에서 직원 2명을 차출해 이 작업에 투입하기로 했다”며 “국가적으로 우려가 큰데, 기존에 우리 업체가 하던 작업 일정도 있어서 업체 내 모든 직원이 여기에 투입되지는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방역 교육에 참여한 업체들은 대부분 직접 지원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지회장은 “오늘 참여한 업체들이 큰 돈을 받고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봉사하는 심정으로 오신 것”이라며 “시청이 이번 작업에 보수를 지급하긴 하겠지만, 오늘 오신 분들은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기존 작업을 포기하신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개방된 지역에서의 방역은 약품이 쉽게 날아가는 등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원 지회장은 “어느 정도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렇다고 놔둘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신종 코로나 이후 고객이 90% 이상 줄었다고 하더라”며 “이번 방역 작업이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효과를 줄 수도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에 대한 방역작업은 5일 오전 9시로 예정됐다. 작업 시간은 2시간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방역협회는 남대문시장을 시작으로 평화시장, 신중부시장, 남구로시장 등에 대한 방역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