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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에 남은 교민들, 차 몰고 마스크 전달하며 ‘희망 찾기 움직임’

입력 | 2020-02-04 19:37:00


“나는 떠나지 못했지만 다른 교민들은 안전하게 잘 떠나도록 돕고 싶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발생한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10여 년간 사업체를 운영해온 교민 노모 씨(38)는 당초 전세기를 통해 귀국하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인 아내, 두 살 배기 아들이 같이 떠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남기로 했다. 그는 집에만 있는 대신 전세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교민들을 위해 차를 몰았다. 도시가 봉쇄된 우한은 대중교통 운행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700여 명의 교민이 전세기로 떠났지만 노 씨처럼 아직 후베이성에 한국 교민 300여 명이 아직 남아 있다. 혼란과 고립 속에서 우한 교민들은 주저앉는 대신 스스로 희망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우선 전세기와 함께 정부가 보낸 구호물품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교민들에게 전달할 사람이 필요했다. 이에 노 씨를 비롯해 6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이 4일부터 차량을 몰고 교민들의 집 60곳을 찾아다니며 마스크 2000개와 체온계 16개를 나눠줬다.

노 씨는 “어린 아들이 혹시라도 아플까봐” 걱정이 크다. 우한 병원들은 신종 코로나 감염자로 포화 상태인 데다 병원 내 전염 가능성이 있어 찾아가기 어렵다. 대부분 우한 교민들의 사정이 비슷하다.

한국에 머물고 있는 최덕기 후베이성 한인회장은 “이런 어려움을 주변에 이야기했더니 우한 현지에서 의사로 일하는 교민이 무료 진료를 해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름이 공개되는 걸 극구 사양했다는 이 교민은 차량으로 직접 환자들 집을 찾아가 진료를 할 계획이라고 최 회장이 전했다. 총영사관이 이 의사와 함께 교민들을 위한 무료진료소를 추진 중이다. 이광호 부총영사는 “진료를 위해 방호복과 고글, 의약품 등이 필요해 백방으로 구할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총영사관에도 이 부총영사를 비롯해 직원 8명이 남았다. 현지에서 교민들을 돕고 있는 정태일 후베이성 한인회 사무국장(29)은 “교민들 사무를 책임질 사람이 없으면 교민들이 더 괴로울 것 같아 남았다”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