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여성층서 주로 발생… 진행 속도 느리고 생존율 높아 구강경유 내시경-로봇수술 등 흉터없고 안전한 수술법 각광 재발할 경우 초기 발견이 중요
인하대병원 이진욱 교수(왼쪽)가 로봇 바바(양측 겨드랑이 유륜 접근법)를 이용해 갑상샘 암 제거 수술을 받은 윤희정 씨와 수술 경과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교회에서 성가대 지도를 맡고 있는 윤희정 씨(44)는 몇 달 전부터 목이 깊게 잠기고 피로감에 심신이 지치는 날이 많아졌다. 특히 목 앞부분이 부어 오른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잦았다. 10년 전 갑상샘(갑상선) 부위에 작은 물혹이 발견돼 정기검사를 받았던 이력이 있는 그는 다시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윤 씨의 주치의 이진욱 교수(외과)는 혹이 커지고 호르몬 수치도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또 세침흡인검사 결과에서 악성 세포가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윤 씨와 상담 후 양쪽 겨드랑이 유륜 접근법(로봇 바바·BABA 수술)을 통해 결절을 제거하기로 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윤 씨는 수술 다음 날부터 목을 천천히 돌리며 가벼운 스트레칭을 할 정도로 회복이 빨랐다. 윤 씨는 “수술 후 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져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갑상샘은 목의 밑 기도 부분에 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갑상샘 수술을 할 때 목 전방 밑 4∼6cm 정도를 절개하는 수술을 해 왔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띄는 목 앞에 깊은 수술 상처가 남아 여성, 남성 모두에게 스트레스의 원인이 됐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외과 의사들은 목 앞쪽에 흉터를 남기지 않는 갑상샘 수술 방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내시경을 이용한 갑상샘 수술은 1996년 처음 시작됐다. 200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 ‘다빈치’라는 수술 로봇이 개발되면서 기존 수술 방법을 대체했다. 한국에서도 1만 건 이상의 로봇 갑상샘 수술이 시행됐다.
2015년에는 구강 내 점막을 통해 갑상샘을 제거하는 ‘구강 경유 내시경 갑상샘 수술(TOET)’이 개발됐다. 이 수술 방법은 기존의 내시경 및 로봇 갑상샘 수술 방법 중 가장 흉터가 적고 세균과 같은 미생물이 체내 조직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어 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TOET는 불과 4, 5년 만에 전 세계 갑상샘 수술을 선도하는 최신 수술 기법으로 자리매김했다.
인하대병원 유방·갑상선외과센터는 환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해 최상의 수술 방법을 선택한다. 지난해 시행된 500여 건의 갑상샘 수술 가운데 절개 수술이 45%, 로봇 수술이 40%, 구강 경유 내시경 수술이 15% 정도다.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목에 흉터가 남지 않는 수술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구강 경유 내시경 수술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아 흉터가 전혀 남지 않는 데다 통증도 적고 수술 후 회복도 빠르다. 고가의 로봇 장비를 사용하지 않아 합리적인 비용(일반 절개 수술의 5분의 1 수준)으로 최고의 미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교수는 구강 경유 내시경 갑상샘암 수술 누적 350례 이상을 시행했다. 지난해 로봇 바바 수술도 220례를 달성했다.
로봇 바바 수술은 흉터 없이 완벽하게 종양을 제거해 젊은 여성 환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이 교수는 “갑상샘암은 진행이 많이 될 경우 성대 마비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암이 재발했거나 난치성 갑상샘암은 초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