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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Case Study]상담원이 답변 설계… “잘 키웠다, 카뱅 상담챗봇”

입력 | 2020-02-05 03:00:00

‘출범 2년 만에 1000만 고객’ 카카오뱅크 고속성장 이끈 챗봇




2019년 7월, 출범 2년 만에 1000만 고객을 돌파한 카카오뱅크(카뱅)가 선착순 연 5%(세전) 특판 예금 이벤트를 예고하자 고객 문의가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이벤트 당일 역대급으로 증가한 고객 문의를 무사히 소화해낸 주역은 다름 아닌 챗봇(Chatbot)이었다. 상담챗봇이 상담 고객 절반 이상의 궁금증을 무리 없이 해결해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2018년 6월 출시된 카뱅의 상담챗봇은 24시간 고객과 실시간 소통하는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인터넷 은행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카뱅은 상담원 전화와 일대일 채팅만으로는 고객 응대에 역부족임을 일찍이 깨닫고 챗봇 개발과 업그레이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그 결과 2019년 6월 기준 카뱅 온라인 고객 상담의 35%가 챗봇으로 해소되고 있다. 일반 은행에서 온라인 고객 응대의 90% 이상이 콜이고 챗봇 비중이 10%가 채 안 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카뱅 상담챗봇의 운영 노하우를 정리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월 15일자(289호)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고객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카뱅 출범 초 전화 상담, 카카오톡 상담, 앱 또는 홈페이지 일대일 문의 등 3가지 고객 상담 채널이 있었는데 모두 상담 직원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가입자와 고객 문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에 대응해 상담 직원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인터넷 뱅크의 강점을 살리면서 고객 문의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바로 ‘챗봇’이었다.

카뱅은 우선 고객이 별도 가이드를 받지 않고도 어려움 없이 챗봇을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모든 상담 채널의 최우선 목표는 고객의 문의 사항을 최대한 신속하고 확실하게 해결하는 것이다. 카뱅 앱과 함께 썼을 때 가장 편리한 앱, 고객이 가장 빠르고 신속하게 채팅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은 ‘카카오톡’이었다. 카카오톡은 고객들이 이미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메신저이기 때문에 친구와 대화하듯 챗봇(기계)과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다. 또 기존 채팅 상담을 이용할 때 상담원과 연결되기까지 기다리는 대기시간 동안 챗봇이 고객들을 먼저 응대한다면 톡 상담으로 들어오는 문의량을 자연스럽게 챗봇으로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카카오뱅크는 챗봇을 카카오톡으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 고객 상담 직원들이 직접 답변 설계

카카오뱅크 상담챗봇은 24시간 실시간으로 고객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있다. 카카오뱅크 제공

챗봇의 핵심 기능은 고객의 질문을 잘 알아듣는 동시에 질문에 대한 최적의 대답, 즉 고객이 원하는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답변 콘텐츠를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카뱅 상품, 정책뿐 아니라 전반적인 금융 지식을 잘 이해해야 하고, 더 나아가 고객에게 필수적으로 안내돼야 할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카뱅은 챗봇 업무를 상담사의 단순 안내 혹은 공지 등의 ‘안내성 업무’로 제한하고, 기존 온라인 상담 채널을 통해 자주 들어온 업무의 문의 유형을 정리했다. 카뱅은 상담챗봇 도입을 준비하고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기획 담당자 외에 실제 상담 직원들이 챗봇 콘텐츠와 기계 학습을 위한 발화 패턴 데이터 설계를 준비하는 데 참여했다. 타사들은 챗봇을 제작할 때 챗봇 전문 에이전시에 외주 제작 의뢰를 하거나 운영사를 따로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카뱅은 설계와 제작 및 운영의 A부터 Z까지 카뱅 직원들, 특히 고객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고객서비스파트에서 직접 업무를 기획 운영했다. 이들이야말로 실제 고객 상담을 진행하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정책, 필수 안내사항을 숙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상담 이력 분석을 통해 다양한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하루 단위 모니터링


카뱅 상담챗봇을 운영하는 고객서비스파트 챗봇팀은 현재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콘텐츠, 학습, 품질관리(QA) 등 3가지 역할로 나눠 협업 운영하면서 매주 챗봇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특히 카뱅 상담챗봇이 자랑하는 차별화된 운영 방식은 바로 QA이다. QA 담당자들은 챗봇 상담 이력의 모니터링 및 평가, 개선사항 제안 업무를 담당한다. 구체적으로 매일 전일자 기준으로 챗봇 상담 이력을 샘플링해 고객의 질문 의도에 맞는 답변이 이뤄졌는지, 고객이 질문한 내용이 포함돼 답변이 이뤄졌는지, 답변된 내용이 제대로 안내됐는지, 답변 내용이 간결하고 가독성이 좋은지 등의 항목으로 평가해 개선한다. 다시 말해 챗봇의 오류를 매의 눈으로 잡아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카뱅은 상담 이력을 평가하기 위해 수십 차례 논의와 회의를 거쳐 객관적인 평가 항목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이상하거나 의도가 모호한 질문이 들어올 때는 담당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눠보고 “내가 해당 고객이라면?”이라고 질문을 던짐으로써 고객 입장에서 답변이 가능하도록 모니터링한다. 예컨대, ‘ㅈㅅ’ ‘ㄱㄱ’ 같은 초성들은 처음 QA 평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의미 없다고 보고 평가를 제외했었다. 하지만 그 초성들이 고객들의 감사한 반응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제는 자주 쓰는 초성들에 대해서도 답변을 내보내고 있다. 일부 고객은 챗봇의 답변이 신기한지 반복해서 초성들을 입력하기도 한다. 상담챗봇 서비스 기획을 총괄하는 최영미 카뱅 매니저는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고객 니즈를 파악해 지속적으로 챗봇을 고도화시킴으로써 고객이 신규 상품과 서비스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