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産혁신, 바다에서 미래를 연다]동아일보-해양수산부 공동 기획
‘스타스테크’ 충남 당진 공장에서 직원들이 불가사리 추출물을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 생산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스타스테크 제공
● 불가사리로 친환경 제설제 개발 ‘스타스테크’ 양승찬 대표
제설제는 눈을 녹이면서 염화이온을 방출한다. 이는 차량 부식, 콘크리트 파손, 가로수 등 식물 피해, 호흡기 질환 등 각종 부작용의 원인이 된다. 불가사리 추출물은 골칫거리인 염화이온을 흡착한다. 제설제에 불가사리 추출물을 넣으면 부식방지제 성능이 개선되면서 부식률이 크게 감소한다.
사업은 시작하자마자 ‘폭풍 성장’했다. 정부는 조달청을 통해 친환경 제품에 한해 제설제를 구매한다. 스타스테크 제설제 ‘에코스트원(ECO-ST1)’의 현재 조달 시장 점유율은 25%가량이나 된다. 양 대표는 “타 친환경 제설제 업체 제품은 부식률이 20∼30%인 반면 스타스테크 제품 부식률은 0.8%에 불과하다. 물보다 더 부식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스타스테크는 이에 더해 연간 100억 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는 해양 폐기물 불가사리를 수협에서 무상 공급받아 생산 단가도 줄였다. ‘바다의 해적’으로 불릴 정도로 어민들이 기피하는 불가사리가 양 대표에겐 ‘바다의 보물’이 됐다.
스타스테크는 창업 다음 해인 2018년 6억 원 매출을 시작으로 지난해 매출이 30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100억 원 달성이 목표다. 이를 위해 이달 중 미국, 캐나다 등 북미시장 온라인 판매를 시작으로 터키 중국 일본까지 올해 안에 수출국을 5개국으로 늘린다는 것이 양 대표의 계획이다.눈이 많이 와 제설제 판매의 가장 큰 시장이 될 러시아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양 대표는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콜라겐을 이용한 화장품, 액상 비료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글로벌 환경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특히 친환경 제설제 분야에서는 세계 1위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배스 추출물로 반려동물 식품 만드는 ‘밸리스’ 서정남 대표
반려동물 식품 기업 ‘밸리스’ 직원들이 경기 남양주 공장에서 배스에서 타우린 등 영양성분을 추출하기에 앞서 배스를 손질하고 있다. KBS1TV ‘나는 농부다3’ 화면 캡처
퇴치 1순위로 꼽히는 배스가 ‘밸리스’ 서정남 대표(28·사진)에겐 ‘황금알을 낳는 물고기’가 되고 있다. 밸리스는 영양제, 사료, 간식 등 반려동물 식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기업. 밸리스 제품엔 배스에서 추출한 타우린과 오메가3가 들어간다. 특히 타우린을 자체 생성하지 못하는 고양이에게 타우린이 들어간 식품은 면역력 강화 등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
서 대표가 ‘골칫거리’ 배스의 잠재력을 알아본 건 2016년. 생태계 교란종을 다룬 다큐멘터리 한 편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당시 서일대 창업동아리 소속 대학생이던 그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자’는 큰 목표를 세워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를 구체화할 만한 아이템은 찾지 못하고 있었다.
서 대표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배스 등 생태계 교란종이 영양학적 가치가 높은데도 폐기되는 등 활용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하는데 ‘저거구나’ 싶었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도 배스에 타우린과 오메가3가 풍부하다는 사실에 주목해 과거 ‘배스 어묵’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생태계 교란종이 원료여서 먹기 찜찜하다”는 선입견에 막혀 대중화에 실패했다.
서 대표는 배스 추출물을 반려동물 식품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1000만 명에 이른다. 영양성분을 강화한 반려동물 식품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막대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그는 현재 연간 배스 50∼100t을 활용하고 있다. 각 지자체가 어민들에게서 수매하는 배스를 무료로 공급받는다. 사업 시작 당시 배스가 뭔지도, 어디서 구해야 할지도 몰라 낚시터를 배회하던 대학생은 이제 자타 공인 배스 전문가가 됐다.
배스의 유효성분만 추출하는 자체 추출법과 함께 타우린과 오메가3의 흡수율을 높이는 공법도 개발했다. 그는 “배스 1kg당 부가가치를 가장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 중”이라고 했다.
서 대표의 목표는 배스 외의 다른 생태계 교란종도 업사이클링(up-cycling)하는 것. 2018년 현재 환경부가 고시한 생태계 교란종은 21종이다. 그는 “해외 수출 시장을 개척해 한국을 대표하는 반려동물 식품회사로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