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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이티의 향기[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26〉

입력 | 2020-02-05 03:00:00


부처가 살았던 몇천 년 전에 니이티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제분인부(除糞人夫), 즉 남의 집 변소를 푸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밖에서 용변을 해결했고 부자들만 옥외변소를 갖고 있었다. 인분을 치워주고 살아가는 사람이었으니 니이티는 천민 중의 천민이었다. 그런데 부처가 그런 사람을 제자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부처의 제자가 되었다는 말은 부처의 가르침을 직접 받고 실천하며 공양도 부처와 더불어 받게 된다는 의미였다. 사람들은 질겁했다. 자기들이 부처에게 공양을 하면 똥오줌을 치던 니이티까지 공양을 받게 되는 것 아닌가. 불만이 폭주했다.

그러자 부처는 그들을 타이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아주까리(피마자) 고목도 서로 비비면 불이 붙고, 아름다운 연꽃도 진흙 속에서 피지 않느냐. 사람의 높낮이는 직업이 아니라 덕행(德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가르침이었다.

부처는 니이티에게서 악취가 아니라 아름답기 그지없는 내면의 향기를 맡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남루한 차림인 데다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부처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피하다가 어깨에 지고 있던 똥통을 엎지르는 바람에 악취까지 진동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부처는 니이티에게서 향기를 맡았다. 부처는 그에게 옷이 더럽다고 마음까지 더러운 것이 아니고, 똥오줌에서 나는 악취에 마음의 향기가 묻히는 것도 아니니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제자 아난다와 함께 니이티를 강가로 데리고 가서 깨끗이 씻겨주고 제자로 받아들였다. 부처의 따뜻한 말과 행동은 니이티가 세상 사람들에게서 받은 모멸과 상처, 고통을 걷어내기에 충분했다.

우리의 이웃이나 친지, 심지어 가족 중에도 니이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우리가 그들의 초라한 행색과 낮은 지위만을 보고 그들의 마음에서 나는 향기를 맡지 못할 뿐.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