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도쿄특파원
실제 일본 고용 상황은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상태다. 올해 3월 일본 대학 또는 대학원을 졸업하는 학생에 대한 유효 구인배율은 1.83배다. 구직자 1명당 1.83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일자리가 넘치다 보니 여러 개의 직장에 합격한 사람이 적지 않다. 입사하지 않을 회사에 직접 뜻을 밝히는 것이 부담스러워 이를 대행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일본 취업 시장에는 수치로는 안 보이는 몇 가지 ‘불편한 진실’이 있다. 이를 알려주고 “그 정도는 감수하겠다”고 말하는 지인하고만 대화를 더 진행한다.
정년까지 가는 길은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과거 일본 기업에서는 연공서열과 정년 보장을 당연시했다. 하지만 요즘 상당수 일본 기업은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동시에 41세 이상 중견사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상장사 중 35개사가 희망퇴직을 받아 1만1000여 명을 구조조정했다. 희망퇴직 인원이 1만 명을 넘어선 것은 6년 만이었다. 일본에서 한국 유학생들의 노무 관련 컨설팅을 해주는 노무사 A 씨는 “일본의 취업 상황이 좋다고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과거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신입사원을 대거 뽑으면서 기존 중견사원을 줄이는 것은 디지털에 강한 인재를 뽑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다소 뒤지고 있는 일본은 최근 AI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어정쩡한 사무직의 경우 퇴사에 내몰리는 시기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8년 ‘일본은 노동인구의 15%인 약 1000만 명이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또 하나 유의할 점.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해 10, 11월 18세 이상 1677명을 대상으로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응답자 69%가 ‘좋다’고 답했다. 그들에게 이유(복수응답)를 물었더니 ‘일손으로서 중요하다’는 답변이 8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외국인을 노동력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외국인은 일본에서 집을 구하는 것조차 녹록지 않다. 혐한시위는 사이버 공간과 음지에서 지속되고 있다.
여전히 ‘일본에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출사표를 낼 만하다. 다만 일본 취업 시장의 전체적인 그림을 알고 도전하는 것과 모르고 뛰어드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