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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데믹[횡설수설/서영아]

입력 | 2020-02-05 03:00:00


이번에는 ‘정보전염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공포에 시달리는 대중의 불안을 비집고 허위정보가 전염병보다 빨리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 관련 정보가 과도하게 넘쳐 괴담을 낳고 있다”며 이를 ‘인포데믹(infodemic)’ 즉, 정보전염병이라 했다.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을 합친 인포데믹은 본래 금융용어다. 각종 공식 비공식 미디어를 타고 잘못된 정보가 삽시간에 전염병처럼 퍼져나가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전략분석기관 ‘인텔리브리지’사 데이비드 로스코프 회장이 2003년 5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인포데믹은 한번 발생하면 즉시 대륙을 건너 전염된다”며 당시 사스 공포로 아시아 경제가 추락한 일, 9·11 이후 미국 전역에 테러 공포가 기승을 부린 일이 인포데믹의 위력 탓이라고 했다.

▷잘못된 정보가 집단행동을 야기하거나 경제위기, 금융시장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훗날 진실이 밝혀져도 경제적·사회적 파장이 수습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가령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는 닭이나 달걀을 먹으면 감염된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져 양계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우한 괴담’이 무성하다. ‘제주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을 유포한 회사원(35)은 경찰 조사에서 “사실인 줄 알았다”고 정색했고, 경남 창원에서 감염 우려자가 발생했다는 가짜뉴스를 발생 일시 및 장소, 인적 사항, 발생 경위, 조치 사항까지 실제 문서처럼 적어 카카오톡을 통해 유포한 27세 남자는 경찰에서 “장난삼아 했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사망자 통계를 축소하고 있으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주장도 떠돈다. 압권은 중국 정부의 생화학무기 개발의 산물이란 음모론이다. 중국 연구소가 HIV 유전자를 조작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과학자 논문도 돌아다닌다고 하니, “생마늘이 코로나 폐렴 퇴치에 좋다”는 정보 정도는 애교로 들린다.

▷인포데믹 탓일까. “집 밖은 위험하다”며 스스로 격리를 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기침이나 인후통만으로도 과잉공포를 느끼며 위축돼 사회생활을 단절한다. 누군가 가벼운 기침만 해도 의심한다. 아파야 할 것은 몸인데 질환은 정신세계로 번지는 양상이다. 타인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는 일은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스스로를 좀먹는 강박은 피해야 한다. 최선의 대응은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를 퇴치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 전에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