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철수' 기습령에 영국인 "불안 가중" 노동당 "정부, 자국민 보호에 실패했다"
영국 정부의 중국 내 자국민 전면 철수령이 오히려 위기를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에 남아있는 영국인들은 “외무부가 오히려 우리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충격이다”는 입장이다.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BBC 방송 등은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인 영국인은 약 3만 명에 달한다며 외무부의 권고는 이들 모두에게 출국을 명령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염병이 도는 중국에 자국민을 방치하고 있다는 일각을 비난을 피하고자 정부가 내놓은 기습 조치라고 했다.
외무부는 또 여행 주의보를 통해 “우한과 충칭에 있는 영국 총영사관은 현재 폐쇄됐다”며 “당신이 지금 중국에 있지만 떠날 수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노인과 기저질환자는 위험이 클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영국항공, 버진애틀랜틱 등 일부 항공사는 중국 본토를 오가는 항공편 운행 중단을 발표했다”며 “여타 상업용 항공사들이 아직 운행 중이지만 다가오는 몇 주 동안에는 출국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에밀리 손베리 예비내각 외무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초부터 정부의 대응은 완전히 난장판이었다”며 “정부의 이번 발표는 중국에 있는 영국인들에게 알아서 중국에서 나오라는 명령이다”고 반발했다.
손베리는 “어떻게 외무부가 이 사태를 아무런 계획도, 프로토콜도 없이 관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첫 번째 의무는 국내외 자국민을 보호하는 일이다. 보리스 존슨 행정부는 이 의무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중국에 있는 영국인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중국 동남부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 거주하는 로빈 미첼(38)은 중국인 아내와 6살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수백, 혹은 수천의 영국인들이 중국에서 배우자,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여기서는 비자 신청 과정이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중국을 떠나는 일은) 문제가 더욱 복잡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인 이들은 두 명이다. 이들은 한 가족으로 중국 국적으로 알려져있다.
맷 핸콕 영국 보건장관은 이날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과 만나 “영국은 이웃국가들과 백신 연구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영국에서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