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웅 교수 기고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겨울이면 찾아오는 불청객 감기와 독감, 폐렴은 비슷한 점이 매우 많아 일반인은 구별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최근에는 중국 우한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까지 합세해 겨울철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가 높아지고 있다. 겨울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감기·독감·폐렴,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가.
감기, 폐렴, 독감 모두 겨울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2018년 전체 환자 중 12, 1월 환자가 감기 22.9%, 폐렴 22%, 독감 79%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추운 날씨만이 원인은 아니다. 겨울철 난방으로 인해 실내외 기온차가 너무 크면 우리몸의 부적응으로 인해 면역력도 떨어지고, 특히 차고 건조한 환경으로 점막이 말라 바이러스, 균의 침투에 취약해진다. 또한 실내에 모여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바이러스나 세균들에 전염될 확률이 높아진다.
감기, 독감, 폐렴을 혼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셋 다 초기에는 기침, 발열, 오한이 발생하며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두 달까지 기간도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그냥 감기가 심하거나 길게 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독감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고열, 오한, 두통, 근육통 등이 함께 오며 폐렴은 누렇고 냄새나는 가래와 숨찬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치료 받지 않으면 감기보다 길고 심하게 지속되는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갑자기 심하게 아프거나 생각보다 오래 증상이 지속되면 폐렴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부터 드물게는 곰팡이에 의한 감염도 있을 수 있다. 미생물이 원인이 되는 폐렴의 경우 원인균에 따른 치료를 하며, 항생제를 이용하여 치료한다. 일반적인 폐렴의 경우, 세균성 폐렴으로 가정하고 경험적인 항생제 치료를 하고, 원인 미생물이 밝혀지면 그에 적합한 항생제로 변경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성 폐렴에는 아직 항바이러스제가 없어 환자가 완치될 때까지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를 주로 하게 된다. 항생제는 바이러스 감염보다는 2차적인 세균 감염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하게 된다.
폐렴과 독감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예방주사를 맞아도 병에 걸리는데 왜 맞는지 묻는 경우가 많다. 예방접종으로 100%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병에 덜 걸리고 병에 걸려도 덜 심하게 해주며 패혈증, 연조직 감염, 수막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줄이는 것이 주목적이다. 특히 만성질환자는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하면 65~84%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미접종자와 비교하면 치사율 또는 중환자실 입원율이 무려 40%나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예방접종을 꼭 받을 것을 당부한다.
폐렴구균 백신은 13가지 균을 방어하는 13가 백신, 23가지 균을 방어하는 23가 백신이 있다. 65세 이상은 국가에서 23가 백신을 1회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폐렴구균 백신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를 예방할 수는 없지만, 2차로 올 수 있는 폐렴구균 폐렴이나 폐렴구균 감염 합병증 등을 예방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므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독감은 WHO에서 매년 다음 해에 유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종류를 발표하는데, 이에 따른 독감 예방접종을 하면 병에 덜 걸리고 걸려도 심하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
폐렴은 독감의 가장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그래서 독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을 함께 접종하는 것이 좋다. 국내외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독감과 폐렴 백신을 동시 접종하는 경우,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과 사망률이 줄어들었으며 두 가지 백신을 함께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독감 예방접종은 폐렴과 달리 65세 이상뿐만 아니라 12세 이하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독감 예방주사는 접종 2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므로 가능하면 유행 시기 2주 전에는 맞는 것이 좋다.
[하남=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