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년차 경제성과 등 치적 홍보…재선행보 포석 트럼프, 악수 외면 vs 펠로시, 연설문 찢어 북한·탄핵 언급 안해…방위비 분담금 압박은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취임 후 세 번째 국정연설(연두교서)을 통해 취임 4년차 경제 성과를 포함한 치적을 홍보하며 재선 행보를 이어갔다. 또한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동맹국들의 공평한 부담을 강조했으며, 북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이었지만 ‘탄핵’이란 단어 역시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AP통신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국회의사당 하원에서 상·하원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78분간 국정연설을 진행했다.
지난 2017년 1월 취임 당시 ‘미국 대학살’(American carnage)이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위대한 미국의 귀환’(great American comeback)을 수차례 언급했다.
특히 미중 1단계 무역합의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타결을 성과로 내세웠다. 그는 이를 두고 “제조업 회복에 힘입은 생산직 노동자 붐(blue-collar boom)을 누리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 외에 국경장벽 건설, 의료보험 제도 개선, 이민 강화 등에 대해서도 연설했다.
북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취임 이후 세 번의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엔 ‘최대 압박’을 강조했고, 지난해엔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를 전격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우리는 마침내 동맹국들이 그들의 공평한 몫을 지불하도록 돕고 있다”며 압박을 가했다.
깜짝쇼도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도중 방청석에 가족을 앉힌 채로 중동 파병 군인을 불러들여 갑자기 재회시키는 퍼포먼스를 펼쳤고, 보수성향 라디오 진행자 러시 림보에게 ‘자유의 메달’(Medal of Freedom)을 수여하기도 했다.
국제사회가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독재 정치를 펼치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비판하며 “민주주의 도입을 원하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며 과이도 의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와 함께 연설이 끝난 뒤 박수가 쏟아지는 동안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을 찢어 책상에 던지는 것이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시작하기 전 펠로시 의장이 악수를 위해 건넨 손을 못본 척 외면하기도 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반응 역시 극명하게 엇갈렸다. 공화당은 때마다 ‘4년 더’를 외치며 기립박수와 함성을 보낸 반면 민주당은 앉은 채로 조용히 박수를 치거나 고개를 가로 젓는 등 냉담하게 반응했다.
민주당은 특히 의료보험 이슈에서 적극적으로 반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사람들이 의료보험을 파괴하려 하고 있다”고 하자 “당신”이라고 했고, 대형 제약회사를 인수한다고 했을 땐 비웃었다. 또한 마약류 가격 인하를 위한 민주당 의료법안을 언급하며 손가락 세 개를 펼치고 ‘HR3’를 외치기도 했다.
한편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하원 민주당 여성의원 모임(DWWG) 의원들은 이날 여성 연대를 상징하는 흰색 옷을 입고 참석했다. 흰색 옷은 20세기 초 영국에서 벌어진 여성 참정권 운동 ‘서프러제트’(suffragette)를 의미하며, DWWG 의원들은 낙태(임신중단) 권리와 동일임금 등 여성 인권 문제와 참정권 등에 대한 여성 연대를 지지하기 위해 이날 착용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