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치에 불쾌감 드러낸 中대사, 疫病까지 ‘운명공동체’로 묶자는 건가 정보 통제하며 책임지지 않는 국가, 실력 없이 포퓰리즘 남발하는 정부 국민이 비상하게 대응해야 할 판
김순덕 대기자
험한 언사를 쓴 나라가 요즘 중국이 각을 세우는 미국인지 아닌지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도 1일부터 중국 후베이성 체류자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한 나라다. 한국은 4일 시작했다. 화춘잉이 일본에 감사를 표한 날, 아직 신임장도 제정하지 않은 주한 중국대사 싱하이밍은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해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바이러스가 죄(罪)이지 환자가 무슨 죄냐는 말은 백번 옳다. 한국 정부는 중국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대접을 받는지 모르겠다. 4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밝혔듯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며 정부의 기본 책무”다. 중국 외교부도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주재국에서 열심히 홍보활동을 하도록 지시했을 것이다.
그런 중국을 청와대는 “한중이 긴밀히 협력하자는 취지”라며 싸고도니 국민적 자존심이 무너진다. 그 한없는 너그러움을 왜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절반의 국민이나 야당에는 보여주지 않는지 안타깝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질병보다 가짜뉴스를 차단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공개적이고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국제협력을 하고 있다”는 싱하이밍의 말부터 차단해야 할 것이다.
작년 12월 30일 “화난 수산물시장에 갔던 일곱 명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걸렸으니 공중보건 이슈로 다뤄야 한다”고 의사들 채팅방에 처음 알린 우한 중심병원 의사 리원량 등 8명을 유언비어 유포자라며 경을 친 나라가 중국이다. 우한시장 저우셴왕은 “지방정부로서 우리는 관련 정보와 권한을 얻은 다음에야 정보를 공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중앙정부, 즉 당 중앙 시진핑이 정보 통제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도 정확한 환자 수가 공개되는지 알 수 없다.
사람 목숨이 걸린 문제까지 비밀로 유지하며 정보를 통제하고, 국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것이 권위주의 정권이다. 시진핑이 음력 설날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우한 폐렴 관련 소조를 구성하고 리커창 총리를 조장으로 명한 건 좋다. 3일 회의에선 “방제작업에서 형식주의와 관료주의를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내로남불 지시를 내렸다. “책임을 떠넘길 경우 책임자는 물론 당정 지도자도 문책하겠다”는 선언을 보면, 두 달 후 일본 국빈방문 때까지 우한 폐렴을 해결하지 못하면 자기는 쏙 빠지고 우한시장은 물론 리커창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소리 같다.
바로 다음 날 문 대통령도 “총리가 전면에 나서 비상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책임의 한계선을 명확히 그었다. 중국 방문이 없었다는 이유로 감염 검사도 못 받고 딸까지 감염시킨 16번 환자를 생각하면 내가 다 억울해진다. 서울의 한 보건소장은 “검사 키트가 부족해 감염 의심자에 대한 검사는 중앙 통제하에 해야 한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데 대통령은 ‘시범 보건소’를 찾아선 의료진의 과로를 걱정했다. 집권 1000일 동안 그저 일 일 일, 참 기막힌 일을 주로 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보다 우리 경제가 먼저 쓰러질 우려가 있다. 중국이 흔들리지 않으면 한국이 진짜 운명공동체, 아니 조공국이 될까 더 우려스럽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