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던 시절엔 역병이 돌면 외딴섬에 환자들을 가두어 감염을 차단했다. 190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페스트가 창궐했을 땐 차이나타운이 봉쇄됐다. 중국계 이민자들이 “바로 맞은편 백인 거주지역은 왜 그냥 놔두냐”고 항의하자 일부 의사들은 “페스트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만 걸린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스케일의 격리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23일 발원지인 인구 1100만 도시 우한(武漢)을 통째 봉쇄시켜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격리 조치라는 기록을 세웠다. 일본은 대만과 홍콩 등지를 경유하고 3일 요코하마로 돌아온 크루즈선에서 확진환자 10명이 나오자 3700명이 넘는 승객과 승무원 전원을 14일간 선상에 격리하기로 했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때는 대전 대청병원을 시작으로 전국 10여 개 병원이 코호트 격리됐다. 병원 폐쇄에 따른 손실의 일부는 정부가 보상해준다. 하지만 격리 해제 후에도 한동안 내원 환자가 줄어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된다. 창원SK병원은 의료진과 환자 85명이 2주간의 격리를 자청해 추가 감염을 막아냈지만 결국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메르스로 코호트 격리됐던 을지대병원 수간호사는 진료일기를 남겼다. 결혼식을 연기한 신부, 젖먹이를 둔 엄마 간호사들은 30분만 입고 있어도 흠뻑 젖는 방호복 차림으로 환자를 돌봤다. 격리가 웬 말이냐며 소란을 피우는 환자도, 간식과 엽서로 응원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2주간의 격리가 끝나고 바깥 공기를 마시게 된 그는 일기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전염병 발생 시점부터 종료까지의 관리법을 경험하고 2차 감염을 막은 간호사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14박 15일의 긴 MT를 잊지 못할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