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선거개입 의혹’ 공소장]A4용지 71쪽 분량에 기록된 혐의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13명의 공소장 범죄사실 첫머리에 ‘선거에 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라는 제목의 750자(字)짜리 서론을 앞세우며 이 같은 문장을 끼워 넣었다.
현재까지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청와대 보좌진 출신은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5명이다. 검찰이 기소 대상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까지 거론한 것은 사실상 4·15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선거 개입 윗선 규명이라는 2라운드 수사를 예고한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비서관실 7곳이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조력한 ‘힘의 근원’을 찾겠다는 것이다.
○ 검찰, 공무원 선거 중립성 강조하며 ‘대통령’ 언급
바로 이어진 2018년 6·13지방선거 국면에 대한 설명에서도 검찰은 “현 정부와 여권에서는 지방 권력을 교체함으로써 국정수행의 동력을 확보하고자 했다”며 하명수사 등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 불가피했던 배경을 송 시장이 아닌 청와대 시각으로 기술했다. 송 시장이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라는 점과 현직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친분을 이용하려 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 사건을 송 시장 개인의 위법이 아닌 여권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기획된 부정 선거로 검찰은 본 것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의 하명수사 상황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을 거쳐 조국 전 민정수석비서관과 백 전 비서관이 15차례, 이와 별도로 국정기획상황실이 6차례 등 총 21차례 보고됐다. 김 전 시장의 공약이었던 울산 ‘산재모(母)병원’에 대한 정부의 예비타당성심사 결과 발표 연기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진석 전 사회정책비서관 등이 송 시장의 부탁을 받고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최종 일정을 조율했다. 송 시장의 더불어민주당 내 경쟁 후보였던 임동호 전 최고위원의 출마 철회 과정에는 한병도 전 정무수석비서관 외에 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관여했다.
검찰은 이 중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 한 전 수석, 장 전 선임행정관, 그리고 송 시장 측근인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제보를 첩보보고서로 만든 문해주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등 5명만 기소했다.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나머지 관여자는 선거 뒤에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
○ 황운하, 송 시장 청탁받고 김 전 시장 ‘표적 수사’
검찰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송 시장의 청탁을 받고 김 전 시장에 대해 벌인 ‘표적 수사’ 경위를 공소장 38쪽에 걸쳐 상세히 담았다.
수사팀은 황 전 청장에게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용 가능성이 있어 수사 착수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지만 오히려 좌천성 발령을 당했다. 황 전 청장은 고발인과 유착 의혹이 불거진 경위에게 사건을 배당해 김 전 시장 형과 동생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4차례나 신청하게 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황 전 청장이 부당한 인사 조치를 통해 자신의 지시가 부당한 경우라도 따르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고 적었다.
신동진 shine@donga.com·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