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년부터 1000경기 휘슬 장준혁 심판
KBL 최초로 정규리그 1000경기에 출장한 장준혁 심판은 차 유리창, 대형 TV 등 자신의 몸이 비쳐 보이는 곳에만 가면 수신호 연습을 한다. 장 심판은 “경기 때 반사적으로 동작이 나오려면 평소에 연습을 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KBL 제공
장 심판은 2일 원주에서 열린 DB와 KGC의 경기를 통해 KBL 심판 최초로 정규리그 1000번째 경기에 나섰다. 그가 첫 번째로 프로 심판을 본 날짜 역시 공교롭게도 프로농구 출범 다음 날인 1997년 2월 2일이었다. “처음 심판으로 나선 날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심판 가운데 막내였는데 선배들 지시를 놓치지 않으려고 많이 긴장했던 기억만 난다.”
5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만난 장 심판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심판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게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이 오늘 심판이 누구였는지 몰라야 좋은 판정을 한 것”이라며 웃었다.
23년 동안 심판 생활을 하며 직업병도 생겼다. 길을 걷다가도 거울만 보이면 수신호를 연습한다는 장 심판은 대화를 할 때도 답이 ‘예’ 또는 ‘아니요’로 바로 나와야 직성이 풀린다. 농구인 선후배를 만날까 봐 경조사나 동문회도 쉽게 참석하지 못한다. KBL 심판들은 코트 밖에서 우연히 구단 관계자와 마주쳐 인사만 해도 ‘대외 접촉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스포츠토토를 판매하는 편의점은 얼씬도 하지 않는다. 괜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선수 못지않은 체력 관리도 필수다. 매일 2시간 넘게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술은 거의 마시지 않고 담배는 피워 본 적이 없다. 2016년 경기 도중 종아리 파열 부상을 당해 실려 나간 것은 아직도 아찔한 기억이다. “당시 심판부장을 겸하고 있어 운동량이 적다 보니 탈이 나더라. 늘 근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최근 장 심판은 전 세계에서 10여 명뿐인 FIBA 인스트럭터가 되기 위해 영어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FIBA의 칼 융게브란드 심판위원장이 ‘영어만 배워 오면 인스트럭터로 추천해 주겠다’고 하더라. 내가 그 자리에 있으면 한국에 불리한 판정도 없어지지 않겠나”라며 눈을 반짝였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