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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바쁜 한국당 ‘황교안 출마’ 또 결론못내

입력 | 2020-02-06 03:00:00

공관위원 다수 “종로 아닌 지역으로”
이석연 등 “죽기 각오하고 출마” 반대, 황교안 주변에선 용산 등 수도권 거론
일각 “종로 아니면 차라리 불출마”
한국당 총선전략 총체적 차질 우려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조경태 최고위원, 심재철 원내대표, 황교안 대표,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의 총선 후보 공모 마감일이자 총선 D-70인 5일에도 자신의 총선 출마 지역을 결정하지 못했다. 황 대표의 고민이 길어지면서 한국당의 총선 전략이 총체적으로 꼬이고 있다는 우려가 보수 진영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황 대표를 두고 “햄릿형 리더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공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황 대표 출마 지역에 대한 토론을 마무리했다”면서 “제가 조금 더 심사숙고하고 공관위원들과 일대일로 의견 교류를 하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가급적 7일 공관위 회의에서 황 대표 출마 지역을 결론 낼 방침이다.

황 대표는 이날 공관위 회의 전 서울 종로 출마 압박과 관련해 “제 총선 행보는 제 판단과 스케줄대로 해야 한다. 이리 와라 그러면 이리 가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공관위 회의에서 다수의 공관위원은 황 대표가 종로가 아닌 서울의 다른 지역에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 지지율이 많게는 두 배 이상 더 나오는 종로에 황 대표가 뒤늦게 떠밀리듯 나서면 ‘종로 빅매치 프레임’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종로에서 지면 한국당 유력 대선 주자로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공관위원은 종로 출마를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마치 ‘황교안 일병 구하기’ 회의 같았다”며 “홍준표 전 대표 등의 험지 출마나 대구경북(TK) 지역의 현역 교체 명분을 위해서라도 황 대표가 죽기를 각오하고 종로에 출마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공관위원은 “황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어떤 험지로든 가겠다’고 해놓고 오늘은 ‘제 총선 행보는 제 판단과 제 스케줄대로 해야 한다’며 말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황 대표 주변 인사들은 종로 외 수도권 출마 쪽으로 기울고 있는 기류다. 종로보단 수월한 지역을 택하면 전국 선거를 지휘하기 편하다는 논리도 작용하고 있다. 벌써부터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홍정욱 전 의원, 전희경 의원 등이 종로 대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당에서는 서울 용산, 마포, 구로, 양천과 경기 용인 등을 여론조사해 보니 용산에서 황 대표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용산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권영세 전 주중 대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용산은 서울 승리의 교두보다. 반드시 이길 후보가 필요하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종로 대신 다른 지역에 나설 경우 이낙연 전 총리와의 정면승부를 피했다는 이른바 ‘겁쟁이 프레임’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만큼 ‘장고 끝의 악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총선에서 차라리 불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황 대표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가 아닌 다른 출마자가 거론된다’는 질문을 받고 “제 할 일도 바쁘기 때문에 거기까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관위는 △부동산 투기로 재산 불법 증식 △탈세 △‘윤창호법’이 시행된 2018년 12월 이후 음주운전 적발 △고의적 원정출산과 병역기피 목적의 국적 포기 등 자녀 국적 비리를 저지른 이들의 공천을 원천 배제하기로 했다.

조동주 djc@donga.com·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