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배중·스포츠부
삼성 구단과 외야수 구자욱의 연봉 줄다리기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3억 원)보다 10% 삭감된 2억7000만 원을 제시한 구단과 삭감은 수긍할 수 없다는 선수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5일까지도 구자욱은 일본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못했다. 주축 선수의 훈련 불참은 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NC에서는 미국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난 베테랑 투수 김진성이 사흘 만에 귀국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계약서 도장을 안 찍고 미국에서 협상을 지속한 김진성은 현지에서 전년도보다 4000만 원 삭감된 1억6000만 원에 사인했지만 마음을 다잡지 못한 채 귀국을 결정했다. 같은 팀의 박민우도 출국 전 “구단이 에이전트와 2번만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서운함을 드러냈다. 박민우는 1억4000만 원 오른 5억2000만 원에 재계약했지만 구단과 선수 간의 온도차는 작지 않았다.
구단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특정 선수를 편애한다는 느낌을 주면 팀 전체 분위기가 망가질 수 있다. 나름 근거를 기반으로 같은 잣대를 적용하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양쪽 모두 만족할 수 없다면 필요한 것은 운영의 묘다. 지난 시즌 9위로 추락한 한화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정민철 단장을 선임한 후 분위기 추스르기에 집중했다. 자유계약선수(FA)는 물론이고 기존 선수들과의 연봉 협상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선수가 요구하는 액수에는 못 맞출지라도 정 단장은 “너는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임을 강조하며 선수들의 마음을 샀다. 그 덕분에 난항이 예상됐던 협상은 큰 잡음 없이 마무리됐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돈 문제에서라면 더욱더 상호 예의와 존중이 필요하다.
김배중·스포츠부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