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가 알려주는 ‘신학기 준비물’
‘다음 중 초1 학생에게 알맞은 필통을 골라보시오―①귀여운 만화가 그려진 철제필통 ②2단 플라스틱 필통 ③단순한 디자인의 천 필통.’
모법 답안은 ③번이다. 화려한 무늬의 철제나 플라스틱 필통은 수업시간에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장난감이 되기 일쑤다. 교실 바닥에 떨어졌을 때 소리도 크게 난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교사들은 ‘천 필통’을 준비하라고 권한다.
○ 이름 스티커, 2B연필 세 자루는 꼭!
우선은 ‘가방’부터 챙겨보자. 요즘 웬만한 초등학교에선 저학년 필요물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물함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학생이 굳이 크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각자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고 스스로 챙기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선 ‘이름표’가 필요하다. 서울의 초등학교 교사 류모 씨는 “가방에 학년, 반, 번호와 이름이 적힌 스티커형 이름표를 넉넉하게 넣어두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가정통신문을 넣어두는 비닐 파일도 준비해야 한다. 학교에선 1학년 학부모에게 전달할 내용을 통신문 형태로 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수시로 확인하며 전달사항을 체크하려면 가방 속 늘 똑같은 자리에 통신문을 넣어오게끔 지도해야 한다.
웬만한 물품은 학교에서 제공하지만 필통과 몇 가지 필기구를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김지용 서울시교육청 장학사(초등)는 “아직 손에 힘이 없을 나이이기 때문에 연필은 쉽게 잘 써지는 B나 2B로 두세 자루 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한 위생관리 교육도 필요하다. 1학년 담임 경험이 많은 한 초등교사는 “등교 직후, 우유 급식 전후 최소 3차례 손 씻기를 지도하고, 올해는 특별히 각 반에 손 세정제와 마스크도 넉넉히 뒀다”며 “집에서 이런 공동체 활동에 잘 동참하도록 위생 관념과 연관된 재밌는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여주면서 미리 교육을 시켜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변을 가리지 못하는 학생도 많다. 특히 3, 4월은 용변 처리를 못해 교실에서 실수하는 1학년생이 부쩍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용변 처리 방법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가정집이나 어린이집처럼 포근한 화장실만 쓰다가 갑자기 시멘트 바닥으로 된 공공 화장실에 겁을 먹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학부모는 입학 전 자녀를 학교에 데려가 교실에서 화장실까지의 동선을 알려주고 두려움을 없애줘야 한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여분의 바지와 속옷을 사물함에 넣어 두는 것도 중요하다.
○ 적응 노하우 배우는 책과 교육프로그램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생활의 ‘첫 경험’을 순조롭게 이어가는 것이다. 그 노하우를 알려면 공인된 교육기관의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서울 강남도서관은 3월 13일부터 27일까지 매주 금요일, 31일 화요일에 걸쳐 초등학생 학부모가 실천할 만한 독서법을 학부모 대상으로 교육한다. 도봉도서관은 3월 19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학교에 가는 아이에게 자존감을 키워주는 대화법을 알려준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