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View]이동규 지티스트 대표
드라마 제작사 지티스트의 이동규 대표는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로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꼽았다. 그는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런 소소한 이야기가 미국에서 먹힐까 걱정했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문화권을 불문하는 공통의 정서라는 걸 느꼈죠.”
서울 마포구 지티스트 사옥에서 3일 만난 이 대표가 말했다. 10여 년간 배우 매니지먼트사에 몸담았던 그는 ‘운칠기삼’이 크게 작용하는 업계에 회의감을 느꼈다. 드라마 제작자로 전업을 결심하고 2013년 지티스트의 전신인 GT엔터테인먼트를 차렸다. 매니저 시절 인연을 맺은 김규태 감독(52)이 영입 제안을 수락했다. 김 감독과 ‘그들이 사는 세상’ 등에서 호흡을 맞춘 노 작가도 합류했다.
“세상을 바꿀 순 없어도 한 명이라도 우리 드라마를 보고 생각을 바꾼다면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해요.”
소수자는 상업적인 측면에서 매력적인 소재는 아니다. 확실한 흥행을 위해서는 화려한 캐스팅과 대규모 자본을 들여 대작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런 공식이 싫어서 지티스트를 차렸다”고 했다. 김 감독, 노 작가와 이 대표는 “돈보다 콘텐츠가 우선”이라는 면에서 의기투합했다.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디테일을 최대한 살린 드라마를 만들자는 지티스트만의 성공 방정식을 세웠다. 노 작가는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치밀하게 사전 취재를 했다. ‘괜찮아 사랑이야’를 만들 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과 가진 회의에서 약 이름까지 다 외우고 있는 노 작가를 의사 출신으로 착각한 사람도 있었다.
“넷플릭스가 시청자들 눈높이를 확 높였어요. 이제 대작의 기준은 ‘왕좌의 게임’이 됐죠.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려면 캐릭터와 이야기의 세계관을 완벽하게 구축해 ‘구멍’이 드러나지 않아야 해요.”
지난해 방영된 지티스트 제작 드라마 ‘호텔 델루나’ 포스터. CJ ENM 제공
“수년간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등을 스튜디오 드래곤과 공동 제작하면서 저희와 CJ ENM의 지향점이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어요.”
지티스트는 작품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사극 ‘왕이 된 남자’와 판타지물 ‘호텔 델루나’를 제작했다. 이 대표는 “노 작가의 색깔을 담은 휴머니즘 드라마를 비롯해 장르물, 리메이크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티스트는 올해 하반기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도 선보일 예정이다.
“여운이 남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요. 시간이 지나 그림은 촌스러울지 몰라도 정서는 계속 살아있는 작품들이 있어요. 10대 때는 이해되지 않던 장면과 대사가 20대, 30대에 다시 보면 가슴에 와 닿는, 그런 드라마를 만들고 싶습니다.”
△1979년 출생
△2003년 배우 매니지먼트 ‘싸이클론’ 입사. 정혜영 매니저
△2011년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리퍼블릭에 이전시’ 이사. 노희경 작가, 김규태 감독 담당
△2013년 드라마 제작사 ‘GT엔터테인먼트’ 설립.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제작
△2017년 회사명 ‘지티스트’로 변경. ‘라이브’, ‘왕이 된 남자’, ‘호텔 델루나’ 제작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