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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마침내 동맹국들이 방위비 공평 분담”… 北언급은 없어

입력 | 2020-02-06 03:00:00

대선 앞두고 ‘자기자랑 국정연설’




이라크 전몰장병 가족 초대한 트럼프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 연설에서 2008년 이라크 바그다드 파병 중 폭탄 테러로 숨진 크리스토퍼 헤이크 병장의 부인 켈리(왼쪽)와 아들 게이지(오른쪽)를 소개하고 있다.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게이지가 한 살일 때 헤이크 병장이 남긴 편지를 낭독하며 국가를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들을 기렸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미 의회 하원에서 진행한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의 밑그림을 공개하는 국정연설에서 북한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은 취임 이후 3번의 연설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는 재차 강조했다.

○ 외교 현안 중 북한만 언급 안 해


‘위대한 미국의 귀환(The great American comeback)’을 주제로 진행한 연설에서 그는 “우리는 마침내 동맹국들이 공평한 몫을 지불하도록 돕고 있다. 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로부터 4000억 달러 이상의 분담금을 걷었고 최소한의 의무를 이행한 동맹국의 수는 2배 넘게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있고, 일본과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 이슬람국가(IS),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중동,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 쿠바 등 외교안보 현안들을 돌아가며 언급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2018년 국정연설에서는 북한을 압박했고 지난해 연설에서는 북-미 회담 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데다 대선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피부에 와닿는 경제적 치적을 홍보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일자리 증가, 규제 철폐, 세금 감면 등을 거론하면서 “전임 행정부 8년간 30만 개 일자리, 6만 개의 공장이 없어졌지만 이번 행정부 3년간 350만 개 일자리, 12만 개 공장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국경장벽 건설 등 반(反)이민 정책, 2016년 대선 공약에 따라 중동에서 전쟁을 끝내고 해외주둔 미군을 돌아오게 하고 있다는 점도 홍보했다.

○ ‘앙숙’ 펠로시와 신경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역대급 신경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입장할 때부터 펠로시 의장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고 펠로시 의장이 악수를 청하자 무시해버렸다. 펠로시 의장은 78분간의 연설이 끝날 무렵 연설문을 쫙쫙 찢어버리는 것으로 응수했다. 펠로시 의장은 ‘왜 연설문을 찢었냐’는 질문에 “그것은 거짓된 선언서”라고 비판했다.

펠로시 의장의 상의에는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할 때 착용했던 ‘곤봉’ 브로치가 달려 있었다. 곤봉은 입법부의 권위를 상징한다.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일제히 여성인권 운동을 상징하는 흰색 옷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혐오 발언에 반발할 때 민주당 여성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주의가 미 건강보험을 망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상의료 공약 등을 통해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민주당 대선후보 주자들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이들이 건강보험체계를 파괴하려 한다”고 말하자 민주당 의석에선 “바로 당신”이라며 야유가 쏟아졌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임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