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새 노조도 도입 공언… 총선 앞두고 노동계 압박 커질 듯 일각 “의사결정 지연 등 부작용”… 금융위 “고려할 사항 많다” 신중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노사 합의사항에 따라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자리에 노조가 추천하는 인물을 선임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관련 사항을 검토 중이다.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기업은행은 행장이 사외이사를 제청하고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나 정부도 합의안에 따라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본다”며 “만약 방침을 바꿀 경우 4월 총선 국면을 활용해 정치 쟁점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노조는 윤종원 행장에 대해 27일간의 출근저지 투쟁을 벌인 끝에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한 인물을 사외이사로 앉히는 제도다. 근로자 대표가 직접 사외이사가 되는 노동이사제보다는 노조의 개입 강도가 약하지만, 노조를 대표하는 인물이 경영진에 자리한다는 측면에서는 다를 바 없다.
노조는 대외적으로는 노조추천이사제를 통해 조직의 방만 경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속내는 금융권 노조의 사측에 대한 요구사항을 더욱 쉽게 관철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금융권 노조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매년 시도해왔다. 2017년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까지 매년 노조가 선임한 인물을 사외이사에 앉히려 했지만 모두 주주총회에서 무산되거나 금융공공기관의 경우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의 반대에 부딪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임에도 번번이 도입에 실패한 것은 제도 도입으로 부정적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사회에서 경영상황과 상관없는 노조의 요구사항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기로 했던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 인력 구조조정 등이 사실상 중지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철밥통’에 고연봉 일자리라는 인식이 강한데 사외이사까지 금융노조를 대변하는 인물을 앉혀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