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25분만에 탄핵안 최종 부결
상원의원 100명은 이날 대통령의 권력 남용 및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한 탄핵안을 표결했다. 군사원조 중단 등을 빌미로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수사를 압박했다는 권력 남용 혐의는 52 대 48, 탄핵 조사의 증인 소환 및 자료 제출을 가로막았다는 의회 방해는 53 대 47로 ‘무죄’ 결정이 내려졌다. 집권 공화당 53명, 야당 민주당 45명, 친(親)민주당 성향 무소속 2명이 각각 당론대로 표결한 결과다. 표결은 약 25분 만에 싱겁게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 빌 클린턴에 이어 하원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세 번째 미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았지만 최종 면죄부를 받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가 공모했다는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이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백악관에 일격을 가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 트럼프 재선 가도 날개
그의 재선 가도 역시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아이오와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집회를 연다. 또 11일 예비경선(프라이머리)을 앞둔 뉴햄프셔 등 민주당 경선이 열리는 곳을 찾아다니며 ‘맞불 유세’도 벌이기로 했다. 여론조사 갤럽이 4일 공개한 조사에서 그의 국정 지지율은 2017년 1월 취임 후 가장 높은 49%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력도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와의 관계가 빈약한 편이었다. 집권 4년 차인데도 국경장벽 설치,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 폐지 등 핵심 공약이 빛을 보지 못한 이유가 행정부에 과도하게 의지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탄핵 부결로 공화당 전체가 그의 공약 달성 및 재선을 위해 질주할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대통령 측근은 민주당을 향한 공세에 나섰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증인 출석 저지를 주도한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어마어마한 정치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전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원고를 찢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향해 “구제불능 어린아이 같았다. 분노발작(tantrum)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할 때 종종 쓰는 단어 ‘분노발작’을 차용해 되갚아준 셈이다.
○ ‘앙숙’ 롬니는 탄핵 찬성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롬니 의원을 민주당의 비밀 자산이라고 비난하는 동영상을 리트윗하며 공화당 제명을 주장했다.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롬니가 대통령이 되지 못해 훼방을 놓고 있다. 민주당원인 그를 상원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