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장 가동 여부 점점 안갯속… 삼성, 베트남 등서 대체 생산 구상 현대차, 신차 中 출시 일정 재검토… SK, 중국 출장 이어 경유까지 금지 LG도 복병 만나 목표 수정 저울질
국내 5대 그룹의 한 계열사 대표는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이 그룹은 최근 각 계열사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산, 중국의 외출 제한 조치 확대 등 상황별 시나리오를 짜고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였지만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 대표는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3개월 이상 장기화되면 연간 경영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며 주요 기업들은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공급망 차질과 소비 침체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 연간 경영 계획 등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주요 기업 “경영 계획 재검토 불가피”
중국 난징, 옌타이, 광저우 등 3곳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LG디스플레이 등 LG 계열사들은 내부적으로 연간 경영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낸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7∼12월) 실적 턴어라운드가 목표였지만 뜻밖의 복병으로 목표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SK는 직원들의 중국 전 지역 출장 금지뿐만 아니라 중국 경유도 금지시켰다.
내수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롯데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유통 및 호텔 계열사는 올해 경영 전략을 다시 수립할 분위기다.
주요 기업들이 경영 계획 재검토에 나서는 것은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한 생산 위기뿐만 아니라 중국과 한국의 동반 수요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0.4%에 머무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었는데 신종 코로나 사태가 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 부진에 따른 저물가는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져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게다가 물류대란까지 겹치면 수출 및 생산 차질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이미 중국 항만 기능이 마비되며 부산항 물동량이 3배 이상 높아진 상태다.
글로벌 기업들도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니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로 화웨이, 애플 등 스마트폰 공장 가동 중단이 이어지면 이미지센서 판매 저하로 올해 실적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매장 절반의 영업이 중단된 나이키 역시 “실질적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를 반영한 새로운 실적 전망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 기아차도 휴업 결정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올해 중국 시장의 신차 출시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일정 재검토에 들어갔다. 중국에서 부품 조달이 안 돼 한국 공장이 멈추면서 국내 중소 부품 협력사 4300여 곳마저 도미노 휴업 위기에 놓인 상태다. 이 중 영세 업체들은 가동 중단이 장기화되면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이날 350여 개 중소 부품 협력사에 1조 원대 자금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 부품 협력사들을 위해 △3080억 원 규모의 경영 자금 무이자 지원 △납품대금 5870억 원 및 부품 양산 투자비 1050억 원 조기 결제 등 1조 원 규모의 자금 집행에 나선다. 또 현대차그룹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와 협력해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의 주요 거점인 산둥성 정부에 일부 공장이라도 생산을 할 수 있게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우리도 힘들지만 협력 업체부터 챙겨 달라”며 “함께 힘든 상황을 극복해야 된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서동일·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