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산] 우한 입국금지前 한국에 온 23번… 경로 파악 어렵고 노출범위 넓어 1차 음성 나왔어도 2차서 양성… 20번 환자도 8번처럼 뒤집혀 확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열흘간 4명에 그쳤던 환자는 이후 8일 동안 19명이나 발생했다. 지역사회 전파가 임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발생한 환자들의 특징도 그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6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20번 환자(41·여)는 2일 실시된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자가 격리 상태에 있다가 3일 뒤 2차 검사에서 양성으로 바뀌었다. 검사 결과가 뒤집힌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확진 판정을 받은 8번 환자(62·여)도 최초 검사 때 음성이었다. 그는 증상 발현 후 전북 군산 지역 대형마트와 식당 등을 다녔다. 증상이 악화돼 다시 검사를 받자 양성으로 나왔다.
2, 3차 감염이 늘어나는 것도 우려스럽다. 21번 환자(59·여)는 6번 환자(56)와 서울 종로구의 한 교회에서 만났다. 6번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지난달 26일 종일 교회에 머물렀다. 새벽과 오전 예배에 참석한 뒤 교회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어 참석한 오후예배에 21번 환자가 함께 있었다.
우한 체류자 입국 금지 전 한국에 온 23번 환자(57·여)의 출현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행방 추적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지역사회 노출 범위도 넓다. 17번(38), 19번(36) 환자처럼 해외 감염이 유력한 경우 사전 포착뿐 아니라 경로 파악도 어렵다.
지역사회 전파에 대해 신중하던 정부도 이제 가능성이 크다는 쪽으로 의견을 바꿨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이 계속 확대되고 있고, 이로 인한 접촉자 수도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 비상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홍콩 같은 경우 요즘 중국 여행을 하지 않은 환자도 나오는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며 “우리도 그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을 중요한 고비로 보고 방역대책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도 지역사회 전파를 우려한 만큼 주말이 지나면 확진 환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며 “숨어 있는 환자를 찾아내기 위해 의심 환자는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긴급 대정부 권고문을 내고 “전국 격리병실 수가 260여 개에 불과하다.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면 격리가 불가능해져 감염의 대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부 국공립병원을 감염환자만 진료하는 ‘코호트격리병원’으로 지정해 환자를 시급히 지역사회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은지 wizi@donga.com·송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