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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황금기 이끈 ‘큰 별’ 떨어지다

입력 | 2020-02-07 03:00:00

배우 커크 더글러스 104세로 별세
빈민가서 태어나 배우로 자수성가… ‘챔피언’ 등 70년간 90편 이상 출연
아들 마이클 “박애주의 귀감” 애도




커크 더글러스(왼쪽)의 생일인 지난해12월 9일 아들 마이클 더글러스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부자의 사진. 마이클 더글러스인스타그램 캡처

“무언가를 성취하려면 실패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커크 더글러스)

‘스파르타쿠스’ ‘OK 목장의 결투’ 등으로 세계 영화계를 풍미한 미국 배우 커크 더글러스가 5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104세.

그의 아들이자 할리우드 스타인 마이클 더글러스(76)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친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인생의 황금기에 영화의 황금기를 경험한 배우이자 정의에 헌신하고 대의를 믿었던, 모두에게 귀감이 될 기준을 세운 박애주의자였다”며 애도했다. 이어 “영화계에 앞으로도 이어질 유산을 남겼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 노력했다. 내 아버지란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고인은 1916년 미국 뉴욕에서 가난한 유대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빈민가에 살면서 생계를 위해 신문 배달, 노점상 등을 전전했고 레슬링 선수로도 활동했다.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연기자의 꿈을 품은 그는 드라마예술아카데미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1941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부상으로 제대한 뒤 1946년 영화 ‘마사 아이버스의 위험한 사람’으로 데뷔했다. 1949년 ‘챔피언’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고, 1951년 서부영화 ‘죽음의 모래’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해저 2만리’ ‘OK 목장의 결투’에 출연하며 주가를 높였고 1955년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딴 제작사 ‘브라이나 프로덕션’을 세워 제작비 1200만 달러의 대작 ‘스파르타쿠스’를 직접 만들고 주연으로도 출연했다.

70년 가까이 활동하며 90편 넘는 영화에 출연했고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1956년) 등을 받았다. 1996년 아카데미 공로상을 받았을 뿐 오스카와는 인연이 없었다. 다만 아들 마이클 더글러스는 1988년 영화 ‘월스트리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아 부친의 염원을 풀었다. 고인은 1999년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100대 배우에 들었다. 1964년 더글러스 재단을 설립했고 2015년 99세 생일을 맞아 8000만 달러(약 946억 원)를 여성 노숙인 보호시설과 학교, 병원 등에 기부했다.

1991년 헬기 사고로 척추수술을 받았고 1995년 뇌졸중에 걸려 언어장애를 겪었지만 정정했다. 1943년 결혼한 배우 다이애나 웹스터와 이혼한 뒤 1954년 앤 바이든스와 재혼해 66년을 함께 살았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