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시연회’서 자유자재로 걸어
국가유공자 민병익 씨가 5일 오전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로봇의족 시연회’에서 의족을 착용하고 걷기와 계단 오르내리기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러닝머신을 걷고 있는 모습.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민 씨에게 얼마 전 희소식이 들렸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 의족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민 씨는 5일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보장구센터에서 국가보훈처와 한국기계연구원, 중앙보훈병원 주최로 열린 ‘스마트 로봇 의족 시연회’에서 로봇 의족을 차고 계단을 자유자재로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약 10분간 트레드밀 위를 걸으면서도 “조금 더울 뿐 전혀 아프지 않다”고 했다. 민 씨는 “로봇 의족을 신고 다시 백록담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민 씨가 이날 착용한 로봇 의족은 한국기계연구원 융합기술연구센터 연구팀이 만들어 공급했다.
우현수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로봇 의족은 일반 의족처럼 사람이 걸을 때 체중을 지탱해주는 역할과 함께 앞으로 몸을 밀어주는 역할, 발끝이 땅에 끌리지 않도록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며 “착용자의 보행 상태에 자동으로 맞춰 세 기능이 동시에 작동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해 보훈체계가 갖춰진 국가에서는 상이군인을 포함한 국가유공자에게 로봇 의족을 제공하고 있다. 발목 의족뿐 아니라 전기로 작동하는 관절이 달린 로봇 의족과 의수도 공급하고 있다. 보훈처도 최근 유공자들로부터 첨단 기술을 적용한 보철기구를 보급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스마트 로봇 의족도 그중 하나다. 외국산 로봇 의족은 비싸고 수리하기도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보훈처는 국내에서 로봇 의족을 처음 개발한 기계연과 손을 잡았다.
두 기관은 지난해부터 로봇 의족을 더 쉽게 사용하게 하기 위해 임상시험과 체험평가를 진행했다. 지난해 3월 시작한 첫 시험에서는 근무 중 크게 다친 국가유공자 5명이 참가했다. 8월부터는 민 씨를 비롯한 유공자 10여 명으로 시험자를 확대했다.
이번에 공개된 로봇 의족은 2017년 개발된 것보다 유공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제품이다. 연구팀은 유공자들이 로봇 의족을 사용하면서 느낀 불편함과 개선 사항을 제시하면 적극 반영했다. 로봇 의족의 성능도 빠르게 나아졌다.
이번 2차 시제품은 모터 소음을 종전보다 절반으로 줄였다. “소음이 크다”는 한 유공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크기와 무게도 20% 줄여 편리하게 착용하도록 개선했다. 배터리도 종전보다 손쉽게 교체하도록 고쳤다. 사용자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감안한 조치다. 우 책임연구원은 “유공자들은 20∼30년 이상 의족을 착용한 경우가 많아 불편한 점을 비교적 명확하게 지적한다”며 “지금보다 개선하지 않는다면 절대 쓰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해서 더 열심히 만들었다”고 했다.
미국 바이오닉스, 독일 오셔 등 다양한 기업들이 이미 로봇 의족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촉감을 느끼고 전달하는 의족과 의수도 개발되고 있다. 시장분석기관 마켓리서치는 2025년까지 세계 로봇 보조기 시장이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