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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위험 알리고 사망한 中의사 “법 보다 진실이 더 중요”

입력 | 2020-02-07 15:21:00

중국 최고인민법원도 홈페이지에 리원량 추모하는 글 올려
1월 30일 차이신과 인터뷰에서 "건강한 사회엔 여러 목소리 존재해야"
2월 1일 웨이보 통해 감염 사실 알리며 "상황이 정리됐다" 밝히기도




“법 보다 진실이 더 중요하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위험성을 처음으로 알린 후 자신도 감염돼 결국 7일 사망한 중국 우한시 중심병원의 의사 리원량(34)에 대한 애도가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BBC, CNN, 가디언, 스트레이츠타임스,NPR 등 세계 각국의 주요매체들은 7일 리원량의 죽음을 일제히 기사로 다루면서, 그를 ‘내부 고발자“ ”영웅’ 등으로 조명했다.

특히 지난 1월 30일 리원량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인터뷰했던 중국 매체 차이신 글로벌은 7일자 기사에서 “중국 신종 코로라 바이러스에 대한 내부고발자들 중 한 명이 사망했다”며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그를 살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들이 이어졌지만 결국 끝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도 이날 홈페이지에 “국민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발발 초기에) 루머를 믿고, 마스크를 쓰기 시작해, 살균조치들을 하고, 야생동물시장을 피했더라면 다행이었을 것”이라고 올려 눈길을 끌었다.

최고인민법원은 앞서 지난 1월 28일, 리원량이 단체대화방을 통해 동료의사들에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 위험성을 알렸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반성문을 쓰는 처벌을 받은 데 대해 “부당했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차이신글로벌이 리원량의 죽음이 임박하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지난 6일 한밤 중이었다. 우한 병원의 한 간호사가 “리원량이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연락을 해온 것. 앞서 이날 밤 10시부터 리원량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7일 오전 2시 58분에 리원량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난 1월 30일 차이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루머를 퍼트렸다는 이유로 처벌 받게 될까봐 걱정이 됐지만 최고인민법원의 입장 표명에 안심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건강한 사회에는 한가지 목소리 보다 많은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나는 공적인 힘으로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국과 번거로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사람들이 진실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법은 내게 (진실 보다) 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시에도 리원량의 건강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 1월 12일부터 몸의 이상을 느꼈고, 감염을 의심해 자진해서 격리에 들어간 상태였다. 다만 인터뷰 당일인 1월 30일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테스트가 ‘음성’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원량은 지난 1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자신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그는 끝까지 ‘의사’ 였다.

리원량은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1월) 12일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왜 사람간 감염에 대한 발표가 없지? 왜 (환자에게서) 감염된 의료진이 없지?“라고 의문스러워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자신이 확진 판정을 받음으로써 ‘사람간 감염’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상황이 정리됐다”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

리원량의 부모는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한 아내와 1명의 자녀는 우한 밖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의 건강상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