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장고 끝에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기로 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대선 전초전 성격의 ‘빅매치’가 성사됐다. 한국당 총선 전략의 출발선인 황 대표의 출마 지역이 이날에서야 비로소 풀린 것.
황 대표는 이날 출마 선언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총선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라와 당이 어려울수록 당의 지도자급들이 앞장서야 한다”면서 홍준표 전 대표의 험지 출마도 압박하며 본격적인 총선 지휘 태세로 돌입했다. 하지만 출마 결정이 길어지면서 발생한 황 대표의 리더십 손상, 격전지인 종로에 직접 출마하는 만큼 전국선거 지휘가 어렵다는 점 등은 최대 난제로 남았다. 당 관계자는 “종로에 출마할 수 밖에 없었는데 만시지탄”이라고 이날 선언을 평가했다.
● 황교안 “종로 선거는 문재인 대 황교안의 싸움”
황 대표는 특히 “종로 출마가 이 정권이 만들어놓은 나쁜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종로 선거는 문재인 정권과 이 정권을 심판할 미래세력의 결전”이라고 강조했다. 종로 선거가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 되면 ‘정권심판론’이 퇴색된다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낙연 대 황교안’이 아니라 ‘문재인 대 황교안’이라는 것이다. 황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리에게 뒤지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종로 선거는) 일 대 일의 경쟁이 아니고 문재인 정권과 저 황교안과의 싸움”이라면서 “종로에서의 승리를 통해 문 정권을 심판해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황 대표의 출마 선언은 지난달 3일 장외집회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한지 한 달 여 만에 나온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대선주자 여론조사 1위의 이 전 총리의 출마를 확정지은 반면 한국당은 서울 용산, 마포 등 다른 출마 지역구를 검토하면서 ‘겁쟁이 프레임’에 빠졌다는 평가가 적지않았다. 황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원외 대표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종로 출마에 대해 갈수록 신중해졌고 결국 다른 지역구 사정을 알아보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황 대표는 이에 대해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서 제가 국민들께 보고드릴 순간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종로에 도전하라는 일부 공천관리위원들의 압박에 대해 “특정 기관이나 어떤 분들의 말씀만 들은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황 대표는 6일 밤늦게 극소수 핵심 참모진들에게 출마 선언문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달 째 당 안팎의 갑론을박이 이어졌을 뿐 아니라, 공관위와 황 대표와의 대결구도까지 펼쳐지면서 더 이상 결정을 지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 앞서있는 이낙연 측 “떠밀려 온 후보 아니냐”
가까스로 성사된 ‘종로 빅매치’에선 일단 이 전 총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압서는 것으로 나온다. SBS가 4일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종로구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리는 53.2%로 26%을 얻은 황 대표를 두 배 이상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한국당은 ‘보수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종로 선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황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말 유승민 의원을 만나 ‘험지 출마’와 통합에 대한 큰 방향에 대해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