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예찬/왕은철 지음/460쪽·1만5800원·현대문학
‘수대나태자경’에서 석가모니의 전생인 수대나태자는 일종의 ‘보시 성애자’다. 당대의 전략 병기인 최강의 코끼리를 적국에 스스럼없이 내 줘 산으로 쫓겨 가더니, 급기야 가족을 종으로 내 달라는 사제의 말을 따른다. 사실 사제는 태자를 시험하려는 제석천의 현신. 가족은 다시 모이고, 태자의 조건 없는 보시는 적국의 왕도 변화시킨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이 비린내 나는 저잣거리의 어수룩한 호구들에게도 천사가 ‘짠’ 하고 나타날까.
저자는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환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역설적으로 그 이상을 향해 나아갈 때 삶이 더 윤리적인 것이 된다”고 말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