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잃은 음악/로빈 월리스 지음·홍한결 옮김/408쪽·2만원·마티
바버라는 뇌종양을 극복한 뒤 한동안 이상이 없다가 차차 청력이 나빠졌다. 어느 날 오른쪽 청력을 잃고 3년 뒤 왼쪽 귀마저 듣지 못하게 된다. 6개월이 지난 뒤 소리를 청신경에 전해주는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는다. 그의 신경과 뇌는 생경한 신호를 과거의 경험과 연결시키는 기적을 일으킨다. 바버라는 이윽고 남편의 목소리를 구분하고, 음악을 즐기게 된다.
대음악가의 청력 상실이라는 큰 주제를 다루기 위해 ‘말랑한’ 사생활을 끌어들인 것으로는 읽히지 않는다. 이 개인적 경험을 통해 저자는 베토벤의 작업과 정신의 행로를 이해할 풍성한 단서를 얻는다.
점차 베토벤의 작업에는 귀보다 악보를 구성하는 ‘눈’이 큰 역할을 했다. 초고 작업이 길어졌고, 눈이 작곡을 주도하면서 베토벤은 우아한 ‘갈랑’ 스타일로 대표되던 이전 시대의 음악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지의 음악을 창조했다. “베토벤은 난청으로 영혼의 바닥까지 내려가 그 척박한 땅에서 새싹을 틔웠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사족. 최근 외신을 인용해 베토벤이 만년까지 ‘완전히’ 청력을 잃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전해진 바 있다. 이 책에 인용된 문헌들에서 보듯 그 자체로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