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결국 리 씨가 세상을 떠났다. 5세 아들과 임신한 아내를 남겨둔 채. 중국 정부가 발병 사실을 은폐하기 급급할 때 홀로 진실을 알린 영웅의 죽음에 중국민은 슬픔에 잠겼다. 그가 ‘제2 사스’를 경고한 뒤 공안이 들이닥쳤다. 사실이 아닌 얘기를 퍼뜨렸다는 잘못을 인정하는 훈계서에 서명을 하고서야 풀려났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서 의사 리외가 페스트 가능성을 제기하자 “이 병이 페스트인 것처럼 대응하는 데 책임을 져야 한다”며 추궁당하는 장면과 겹친다.
▷바이러스와의 전쟁, 그 최전방에서 싸우는 건 의료진이다. 시에라리온에서 첫 에볼라 환자가 발생하고 4개월 만인 2014년 9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에볼라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그 덕분에 에볼라를 무찌를 무기가 신속하게 개발됐고, 대유행을 막아냈다. ‘우리는 그들의 넋을 기린다.’ 이 논문 말미에는 셰이크 후마르 칸 박사를 비롯한 시에라리온 연구팀 5명에 대한 추모사가 실렸다. 의사와 간호사인 이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환자 78명의 혈액 샘플을 모았고, 이 과정에서 에볼라에 감염돼 논문 출판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다.
▷리 씨는 격리치료 중에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실이 중요하다. 건강한 사회는 하나의 목소리만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바이러스와 맞닥뜨린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이 바이러스와 싸울 항체, 즉 지원군을 긴급하게 늘려 방어한다. 사회로 치면 최전방에 선 의사들이 바이러스 침입을 알리면 정부는 공중보건 시스템을 가동해 지원해야 한다. 우한 폐렴이 강한 것이 아니라 중국 사회가 건강하지 않았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