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이정향 영화감독
11월의 대선을 앞둔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전쟁에서의 미군 철수, 소련보다 앞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중공을 방문하고, 소련과도 군비축소회담을 열어 해빙 무드의 물꼬를 튼 데다 국내 경제마저 순항이라 지지도가 엄청났다. 민주당사 도청 사건은 완벽하게 덮인 채 재선에서 압승한다.
우드워드는 동료 칼 번스틴과 함께 증거를 찾아다니지만 CIA, FBI, 검찰까지 백악관을 비호하는 등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라 난관을 겪는다. 그런 와중에도 100% 사실이 아니면 기사로 쓰지 않는다. 모자란 퍼즐 조각을 찾으러 수많은 사람을 찾아가서 묻고, 설득하며 진실에 다가간 둘은 마침내 대통령이 연루된 사실을 폭로한다.
미국인들이 닉슨을 비난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 앞에서 대놓고 거짓말을 해서다. 미국은 거짓말에 엄격하다. 특히 가장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대통령에게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사임한 대통령이 된 닉슨은 20년 동안 여러 권의 책도 내고 명예회복을 꿈꿨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가장 불명예스러운 대통령으로 남았다.
우리나라는 거짓말에 관대하다. 정치인의 거짓말엔 익숙해서인지 더 관대하다. 내 편의 거짓을 상대편의 진실보다 더 감싼다. 속은 걸 알면서도 계속 믿는 건 자신을 존중하지 않아서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자신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계속 속는다. 그 대가는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속아줄수록 고맙게 여기기는커녕 무시하니까.
이정향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