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편견과 싸우는 의료진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8번 환자(62·여)의 주치의인 원광대병원 이재훈 감염내과 교수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환자도 치료했다. 당시 환자는 폐렴이 악화돼 결국 숨졌다. 이번 환자만큼은 꼭 살리겠다고 마음먹고 불철주야 뛰었다.
하지만 이상한 소문이 그를 힘들게 만들었다. 지난달 23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칭다오(靑島)를 거쳐 입국한 8번 환자가 원광대병원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온라인 카페에서 순식간에 이상한 소문이 났다. ‘이곳 의료진이 모두 감염됐다’, ‘그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가 15% 이상 급감했고, 매일 1억 원씩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됐다.
7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음압 격리병동에서 방호복을 입은 채송화 간호사(오른쪽)가 바깥 의료진과 필담을 나누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7일 현재 국내 신종 코로나 환자 22명(퇴원자 2명 제외)은 원광대병원을 비롯한 전국 9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완치 판정을 받은 2명은 무사히 퇴원했다. 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라는 강적에 맞서 전장을 지키는 의료인들의 노력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는 유독 가짜뉴스와 악성 루머가 많은 것이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때도 음압격리병동에서 일했던 박미연 명지병원 간호팀장은 “메르스 환자들에게는 없었던 악성 댓글이나 편견이 신종 코로나 환자들을 향해서는 심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명지병원에 입원 중인 3번 환자(54)는 확진 사실이 알려진 이후 줄곧 ‘증상이 나타난 걸 알면서도 일부러 지역사회를 돌았다’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같은 곳에 입원 중인 17번 환자(28)는 동선이 자세히 담긴 공문이 온라인상에서 먼저 떠돌았다. 이 때문에 환자들의 심리적 고통이 커서 의료진의 고충도 큰 상황이다. 박 팀장은 “환자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경과가 안 좋아지기도 해서 의료진도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의료원 음압격리병동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채송화 간호사(25)도 “혹시 나 때문에 가족이나 동료 의료진 등 지인들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까 봐 두려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이 위생에 철저히 신경 쓰고 있음에도 여전히 의료진을 기피하는 따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박 팀장은 “병실에 들어갈 때는 앞치마, 속장갑, 겉장갑, 마스크 등 8종류로 이뤄진 레벨D 방호복을 갖춰 입는다. 탈의할 때는 장비를 하나씩 벗을 때마다 감염 여부를 체크하고 소독한다”면서 “그래도 주변 사람들이 만남을 부담스러워해서 스스로 모임 참석을 자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의료진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완치된 1번 환자의 엑스레이 판독을 맡았던 인천의료원 오경중 영상의학과장은 “환자가 격리된 상태라 이동형 엑스레이를 사용해야 했다”며 “일반 환자라면 1분도 안 걸리는 촬영이지만 방사선사 1명이 1시간 가까이 방호복을 입고 벗어야 했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이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