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산]주말 서울 한복판 휘저은 23번 환자 우한서 들어온뒤 열흘간 도심 투숙… 증상발현 전날 명동-마포서 쇼핑 확진 소식에 백화점 영업 긴급 중단, 놀란 고객-점원들 마스크 쓰고 대피 서울교육청, 19번 환자 동선 따라 송파-영등포 등 학교 32곳 휴업령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23번 확진 환자인 중국인 A 씨(57·여)는 2일 낮 12시 15분부터 1시간가량 롯데백화점 본점을 다녀갔다. 그는 4층 해외잡화 매장을 방문해 상품을 구입했다. A 씨는 지난달 23일 관광을 목적으로 중국 우한에서 한국으로 입국했다. A 씨는 3일부터 감염 증상을 보였고 6일 확진 판정을 받아 현재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안내 방송은 중국어와 영어, 일본어 순으로 이어졌다. 외국인 고객도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멈춰 귀를 기울였다. 한 외국인 여성은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직접 문의했다. 직원이 ‘코로나’라고 알려주자 깜짝 놀라 검은색 마스크를 꺼내 쓰고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B 씨(35·여)는 건물 밖으로 나온 뒤 손소독제를 바르며 “백화점 안에서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은 30여 분간 고객을 모두 대피시킨 뒤 건물을 폐쇄하고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롯데면세점 명동점과 바로 옆 건물인 에비뉴엘, 영플라자도 문을 닫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고객과 직원의 안전을 고려해 결정했다. 철저한 방역을 거친 뒤 10일 매장을 다시 연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사흘 연속 휴점은 1979년 소공동에 ‘롯데타운’이 들어선 이후 처음이다. 하루 평균 매출액이 80억∼1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휴업으로 최대 300억 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퇴실한 A 씨는 2일 오후 1시 19분 서대문구의 한 숙소로 이동했다. 오후 2시 18분에는 마포구의 이마트 마포공덕점을 갔다. 7일 오후 3시 기자가 방문한 이마트 마포공덕점은 굳게 닫혀 있었다. 출입문에는 ‘임시 휴점한다’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휴점 사실을 모르고 방문한 고객들은 황급히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박모 씨(58·여)는 “갑작스러운 휴점에 깜짝 놀랐다. 며칠 전에도 왔는데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마트 마포공덕점은 생필품 등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중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주말엔 하루 평균 6000여 명이 방문한다. 퇴근하던 한 직원은 동료에게 “고객이 매장으로 전화를 걸어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고 알려줘 비로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확진 환자가 다녀갈 때 많은 직원이 근무했는데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마트 측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23번 확진 환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매장을 방문했다”며 “주말까지 하루 1회, 모두 3회 방역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마포공덕점의 영업 재개일은 이르면 10일이다. 서울지역 대형 할인점의 하루 평균 매출이 3억∼4억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휴점 조치로 마포공덕점은 약 10억 원의 매출 감소가 추산된다.
질본은 A 씨의 2일 이후 동선만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이전 동선 공개는 불필요한 불안감만 준다”며 “(동선) 정보를 공개하는 이유는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23번 환자와 접촉한 롯데백화점과 프레지던트호텔, 이마트 등의 직원들은 6일부터 자가 격리 조치됐다.
구특교 kootg@donga.com·조윤경·최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