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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들도 “셀프 케어”… 건강기능식품 시장 5조 육박

입력 | 2020-02-10 03:00:00

작년 4조6000억… 핵심 고객층 부상
올리브영, 20대 구매 76% 급증… 젤리-가루형 등 제형 다양화
‘한포에 5가지’ 상품까지 등장… 최근엔 어린이용 제품도 인기




서울 마포구 올리브영 홍대점의 건강기능식품 진열대 ‘이너뷰티존’. 20, 30대 젊은 고객의 건강기능식품 수요가 늘자 유통업계가 판매 상품 수를 늘리고 할인 이벤트 등을 벌이고 있다. 올리브영 제공

직장인 한상호 씨(28)는 젊은 나이지만 웬만한 40, 50대보다 건강기능식품을 잘 챙겨 먹는다.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종합비타민을 처음 접한 이후 칼슘, 마그네슘 등 일반적인 건강기능식품을 모조리 섭렵했다. 최근에는 간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허브 식물인 밀크시슬까지 챙기기 시작했다. 한 씨는 “젊고 건강할 때부터 일찌감치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또래 직장인과 꾸준히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구매한다”고 말했다.

내 몸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젊은 소비자가 늘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 과거 주로 40, 50대 이상 소비자들이 건강에 많은 관심을 두며 관련 식품을 활발히 구매했지만 이젠 구매 연령층이 확 낮아졌다.

9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15년 2조9468억 원이었던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가 2016년 3조5563억 원, 2017년 4조1728억 원 등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해 4조5821억 원을 기록했다.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젊은 고객층이 새롭게 유입되며 시장이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시장 규모가 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온오프라인 유통망에서는 20, 30대의 건강기능식품 소비 증가가 뚜렷하다.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에선 지난해 20대 고객의 건강기능식품 구매액이 전년 대비 76% 늘었다. 또 다른 H&B 스토어 랄라블라에서 10, 20대 구매액도 지난해 81.3%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선 지난해 20대의 건강기능식품 구매량이 5년 전인 2014년보다 26% 늘었고, 같은 기간 30대의 구매량이 54% 늘었다.

젊은 소비자의 유입으로 시장 트렌드까지 바뀌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많은 홍삼 판매는 정체를 보였지만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루테인 등 비교적 새롭고 트렌디한 제품군의 판매는 1000억 원 이상 늘었다. 대표적으로 종근당건강의 ‘락토핏’은 지난해 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 중 처음으로 연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했다.

대부분 알약이었던 제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젤리 형태의 비타민부터 가루로 한 번에 털어 먹기 좋은 프로바이오틱스 등 젊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제형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색적인 포장 형태도 늘었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미스사사는 무겁고 휴대가 불편한 병 대신 지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팩에 비타민 등을 담아 판매 중이다. 에이엠코스메틱은 오메가3, 히알루론산, 루테인, 비타민, 코엔자임Q10 등 5가지 알약을 ‘한 포’에 담아 한꺼번에 먹기 편하게 했다.

유통업계는 커지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다. 올리브영은 건강기능식품의 종류를 3년 전에 비해 2배로 늘렸다. 일부 매장에선 건강기능식품 진열대를 ‘이너뷰티존’이라는 별도 카테고리로 꾸며 가성비가 뛰어난 1만∼2만 원대 제품을 집중 배치했다. 랄라블라는 건강기능식품과 다이어트 관련 상품을 모아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자녀나 조카들에게 건강기능식품을 챙겨주는 고객이 늘며 어린이용 제품도 인기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락토핏 생유산균 키즈’, ‘센트룸 멀티비타민 포 키즈’ 등 어린이용 제품들이 올 들어 인기 제품 100위권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