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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계승한 신페인당, 아일랜드 총선 약진

입력 | 2020-02-10 03:00:00

출구조사, 집권당과 같은 22% 득표… 과거 통일 외치며 유혈사태 일으켜
가디언 “통일 의제 뒤로한게 먹혀”




8일 실시된 아일랜드 총선에서 아일랜드공화국군(IRA)과 관련이 있는 신페인당이 약진할 것으로 관측됐다.

BBC 등에 따르면 출구조사에서 리오 버라드커 총리가 이끄는 집권 통일아일랜드당은 22.4%, 민족주의 정당 신페인당은 22.3%, 미홀 마틴 대표가 이끄는 제1야당인 공화당은 22.2%를 득표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6년 총선에서 득표율 13.8%를 기록했던 신페인당의 득표율이 9%포인트가량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페인당은 젊은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돌풍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조사 결과 신페인당은 18∼24세 유권자로부터 가장 높은 득표율(31.8%)을 기록했다. 영국 가디언은 “신페인당은 아일랜드 통일이라는 당의 의제는 뒤로하고 높은 임대료를 잡기 위한 공공주택 건설, 건강보험 개선, 연금 개혁 등의 공약을 내세워 청년층의 표심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신페인당의 약진으로 민족주의가 부상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페인당은 과거 북아일랜드 독립투쟁을 벌였던 IRA에서 출발한 정치조직이다. IRA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통일을 주장하며 1969년 결성된 이후 각종 유혈사태를 일으켰다.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는 유혈사태를 끝내기 위해 1998년 벨파스트 협정을 맺었다.

신페인당의 선전은 지난달 31일 결정된 브렉시트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렉시트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검문 통관이 부활하면서 이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신페인당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이양식 투표제’라는 독특한 비례대표 형태의 선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권자는 선호하는 후보의 순위를 매기고, 1순위 후보가 당선 기준 이상의 득표를 하거나 아예 탈락할 경우 이 유권자의 표는 후순위 후보에게 넘어가는 식이다. 아일랜드 하원 의석은 총 160석으로 신페인당은 이번 총선에 42명의 후보만 출마한 만큼 실제 의석수는 양대 정당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