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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오르자… 강남권 반전세 급속 확산

입력 | 2020-02-10 03:00:00

집주인들 세금부담 줄이려 선호… 세입자도 목돈 못구하자 수용
송파구 작년 12월 36%나 차지… 지난달 가격상승률도 역대 최고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의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m²는 지난해 10월 10일 보증금 5억 원, 월세 90만 원에 거래됐다. 가장 최근인 올해 1월 9일 같은 면적이 보증금 5억 원, 월세 135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3개월 만에 월세 45만 원이 오른 것이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반전세를 선호하는 데다 최근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반전세로 돌리려는 임차인 수요가 겹치면서 ‘반전세’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보증금에 추가로 월세를 받는 반전세 거래가 늘고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9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배를 초과) 거래 건수는 지난해 10월 1442건에서 12월 1789건으로 늘었다.

정부는 전월세 거래를 보증금 대비 월세 비중에 따라 △월세 △준월세 △준전세로 나눠 집계하는데 이 중 준전세가 반전세에 가장 가까운 거래 유형이다. 올해 1월 거래 현황은 아직 집계 중이다. 서울 전체 전월세 거래에서 준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0월 9.5%였으나 지난해 12월 14.2%까지 올랐다. 특히 송파구 반전세 거래 건수가 지난해 10월 162건(12.9%)에서 지난해 12월 579건(36%)으로 껑충 뛰었다.

반전세 가격도 오름세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올해 1월 서울 주택의 준전세가격지수는 지난달보다 0.23% 오르면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준전세가격지수는 시장에서 반전세 가격의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의 올해 1월 상승률은 0.52%로 역대 최고치였던 2015년 9월 상승률과 동일했다.

반전세가 확산되는 것은 서울 인기 지역의 전세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집주인들이 반전세를 선호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로 전세금을 올려주기 어려워진 임차인도 반전세를 어쩔 수 없이 택하고 있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