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동업 불만품은 한국인 2명… 5000만원 주고 현지인 뽑아 테러 철저한 돈세탁으로 꼬리 숨겨… 경찰, 현지 브로커 등 3명 검거
4년 전 ‘필리핀 호텔사장 살인 사건’으로 충격을 줬던 60대 교민 총격 사건이 한국인 동업자의 청부살해로 드러났다. 피의자들은 청부 비용을 여러 번 세탁해 보내는 등 치밀한 수법으로 수사망을 피해왔다.
경찰청은 2015년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현지인 킬러를 고용해 한국인 박모 씨(당시 61세)를 살해한 혐의(살인교사)로 50대 A 씨 등 한국인 3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호텔을 운영하던 박 씨는 그해 9월 17일 호텔 인근 건물 2층 사무실에 지인과 함께 있다가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 괴한은 사무실로 난입해 “Who is Mr. Park(누가 박 씨냐)?”이라고 물은 뒤 박 씨가 대답하자 총을 쏘고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경찰은 같은 해 12월 현지인 38세 남성을 용의자로 검거했지만 이후 진범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A 씨를 체포해 이튿날 한국으로 송환했다. A 씨 검거가 공범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필리핀 이민청과 미리 협의해 이례적으로 신속한 송환이 이뤄졌다. 전략은 들어맞았다. A 씨 조사를 토대로 한국에 있던 50대 남성 B 씨와 C 씨도 추가로 검거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B 씨와 C 씨는 박 씨의 호텔에 투자하고 일부 객실을 분양받기로 했다가 불만스러운 투자 결과가 나오자 그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A 씨에게 킬러를 찾아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현지에서 만난 지인 D 씨를 통해 현지인 킬러를 고용했다. B 씨는 착수금 2500만 원과 성공보수 2500만 원을 전달할 때 A 씨와 A 씨 친척, 환전상 등을 거쳐 자금 유통 경로를 숨기려 했다. 경찰은 현지 경찰과 함께 D 씨와 현지인 킬러도 계속 추적할 방침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